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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퓰리즘 선거공약, 검증시스템 도입 왜 못하나

[조성훈의 정책포커스] 다시주목받는 박재완 전장관의 공약검증론

조성훈의 정책포커스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입력 : 2016.04.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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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오전 서울 을지로4가에서 중구청 직원들이 한 건물 외벽에 선거벽보를 붙이고 있다.
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오전 서울 을지로4가에서 중구청 직원들이 한 건물 외벽에 선거벽보를 붙이고 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요 정당 후보자의 선거공약에 대해 소요예산과 실행가능성 등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 장관은 지난 4.11총선 당시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실행하는 데 268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발표했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중략)"( 머니투데이 2012년 12월 21일 보도발췌)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2년 2월. 당시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두 달 뒤로 다가온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쏟아내는 복지공약 소요재원을 유권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다듬어지지 않은 복지공약이 양산되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는데 기재부가 중심이 되어 정치권 공약에 소요되는 예산과 정책효과를 검증한다는 복안이었습니다.

당시 기재부는 복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복지공약 이행에 5년간 최소 268조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곧 제동이 걸렸습니다. 당시 선관위는 행정부의 공약 검증 자체가 선거 중립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경고했습니다.

논란을 의식한 박 장관은 한발 물러났습니다. 이후 박 장관은 입법을 통해 선거가 있는 해 재정당국이 선거공약의 재정 추계 결과를 담은 '선거전 재정보고서'를 발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역시 국회의 외면 속에 흐지부지됐습니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전 기획재정부 장관_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통일시대 금융경제개혁 세미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국글로벌피스재단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반도 통일 이후 금융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한민족 균형발전을 향한 통일경제 시스템의 방향성 모색’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펼쳐졌다. 2016.03.29.   life@newsis.com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전 기획재정부 장관_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통일시대 금융경제개혁 세미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국글로벌피스재단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반도 통일 이후 금융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한민족 균형발전을 향한 통일경제 시스템의 방향성 모색’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펼쳐졌다. 2016.03.29. life@newsis.com


선관위도 이같은 취지를 받아들여 독립기구를 통해 공약소요 예산과 재원조달 방안을 검증하는 '선거공약 사전검증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감감무소식입니다. 선관위는 공약에 들어가는 예산분석 자체가 선거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어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박장관이 제기한 공약검증의 취지 자체는 지금까지도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표퓰리즘'((票+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식 총선공약이 또다시 난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4월 총선과 관련 고교무상교육 단계적 실시나 임신출산육아 지원 마더센터 설립, 한국형발사체 개발과 달 탐사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또 성장촉진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이나 대학연구개발에 재정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추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사병월급을 30만원으로 인상하고 노인들의 기초연금 30만원지급,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10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당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료를 전액 기업이 부담하고 민간의료보험법을 제정해 실손의료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각 당에서 이에 대한 공약소요재원 마련계획은 세세히 제시하지 않았거나 추상적이고 모호한 게 대부분입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막연하게 무슨 수당을 더 주고 자기 선거구에 아무개 센터니 산업단지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호주나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은 법률을 근거로 정치권 공약에 따른 재정소요를 선거 직전에 정부부처나 출연연구기관이 객관적으로 추계해 공표하고 있습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2년부터 재정투명성 지침을 통해 선거 2주 전까지 공약에대한 재정소요를 공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당시 박재완 장관과 함께 복지TF에서 공약 재정소요방안을 검토했던 한 인사는 "당시 선관위가 공무원들이 정치에 개입한다고 난리를 쳤는데 그럼 선관위라도 중립기구를 통해서라도 이를 시행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또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까지 시행하는 선관위가 공약소요 재정 추계가 어렵다고 방치하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만약 선거개입 논란이 우려된다면 행정부 대신 제3의 객관적인 기관을 선정하거나 독립기구를 만들어 검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최근 203조원의 재량지출의 10%를 줄여 일자리나 성장잠재력 확충에 사용하는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습니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재원이 부족하니 짜낸 고육책입니다. 10% 감축은 이명박 정부 이후 7년 만에 나온 것으로 예산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

조성훈 경제팀장
조성훈 경제팀장


그러나 당장 구조조정 지침이나 감축목표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천에 더 무게를 둬야 합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이같은 지침은 경제현안과 선거에 밀려 이행률이 1~2%에 불과했습니다. 내년은 정권 마지막 해인데다 대선이라는 빅이벤트가 있어 세출구조조정은 과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도 선진 각국처럼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분명한 법적 기준을 세우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재정지출에는 반드시 재원조달방안을 마련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이 대표적입니다.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도 이같은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포함시켰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수년째 페이고가 도입되지 않고 있는데 국회규칙개정안 등 가능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정권 말기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키는 국회가 쥐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선거공약 부터 검증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재원조달방안이 없는 선심·선전성 묻지마 공약은 과감히 무시하고 냉정하게 검증하는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이라도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소요재원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공적 시스템 도입을 재논의해야 정치권의 표퓰리즘 공약(空約) 악순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4월 5일 (16:38)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조성훈
조성훈 search@mt.co.kr

조성훈 산업2부 차장. 소문을 경계하고 사실을 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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