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0명 뽑는 코레일, 대기업보다 복잡하네

2007년 이후 소규모 공채만 해온 한국철도공사는 올해와 내년 각각 1000명씩 총 2000여명의 신입직원 채용을 공고했다. 정부의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에 부응함과 동시에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생긴 여력으로 대규모 신입직 채용문을 활짝 연 것이다. 2016년 상반기 인턴사원으로 이미 700명을 뽑았고 3개월간의 인턴 실습을 거쳐 성적 상위 80% 정도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올 상반기중 500~600명 정도가 신입직원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공기업들이 앞다퉈 도입중인 NCS전형은 결국 스펙이 아닌 직무 능력을 평가해 채용하겠다는 것인데, 대학에서 직무능력을 갖추기가 어려우니 우선 인턴으로 채용해서 직접 일을 시켜보면서 괜찮은 사람들을 뽑겠다는 것이 코레일 인턴채용의 의도라 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 인턴의 월급은 월 약 143만원, 신입사원 초봉은 2800만원 선이고,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5800만원 정도다.

열린채용지수 : ★☆☆ 기회확장성 지수 : ★☆☆ 체감NCS도입 지수 : ★☆☆

▷공식발표와 달리 명확하지 않은 서류기준 =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3월말 ‘능력중심채용 실천선언 대국민 선포식’에 참여한 기관이다. 이 선포식의 내용은 '기업들의 명확하지 않은 채용기준으로 취업준비생들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채용과정 전반의 불합리한 사항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의 이번 채용전형을 보면 다른 기업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서류지원 단계에서 없애야 할 사항이 가족관계나 나이, 신체조건이 아니라 영어나 학점에 대한 기준인데, '어학과 졸업성적은 비중을 낮춘다'는 표현만 있을 뿐 어느 정도인지 모호하다. 스펙초월을 표방한 공기업들의 경우 영어성적은 일정 기준점수만 넘으면 고려하지 않는다는 곳도 많은데, 코레일은 점수 비중이 낮다는 표현만 있을 뿐이어서 결국은 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을 것이라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올해 코레일 지원자는 사상 최대인 1만6698명으로 약 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특히 사무영업직은 131명 모집에 8305명이 지원해 64대 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서류통과자는 최종 선발인원의 6배수에 불과하다. 대학생들의 경험이나 경력이 다 그만그만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 경쟁률에서는 아무리 비중이 낮다 하더라도 영어나 학점의 차이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서류단계에서 실제로 스펙을 없앤 NCS 채용 공공기관들의 경우 서류 통과자수가 20배수에서 50배수 정도이고 심지어 100배수에 이르는 곳도 있다.)

▷학력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지만 = 서류단계에서 영어나 학점 등 스펙이 작용되기 때문에 과연 고졸이 대졸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은 강하게 든다. 그리고 적어도 서류상에서는 지역쿼터제나 장애인쿼터제 같이 따로 쿼터를 배정하고 있지는 않아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상당히 부족한 느낌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실시되는 체력검증시험은 근지구력, 근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순발력을 측정하고 20점 이하인 경우는 과락을 시킴으로써 장애인들에게는 '넘사벽'일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턴 채용에 대기업보다 복잡한 전형단계 = 서류, 필기, 면접으로 이루어진 웬만한 기업의 채용 단계와 비교해 볼 때 체력검증, 철도적성검사 같은 전형이 두 단계가 더 있는 셈이다. 그리고 사실 이런 복잡한 전형을 통과하더라도 인턴일 뿐 정규직 신입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취준생들에게는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채용이 아닐 수 없다.

◆이시한 대표는…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졸, 박사 수료. 이시한닷컴 대표. 성신여대 겸임교수, 상명대 자문교수. PSAT, LEET등과 기업의 인적성 검사분야 스타강사로 위키백과에 등재. tv N '뇌섹시대-문제적남자'의 대표 패널이자 MBN 예능프로그램 '직장의 신' 전문가 MC. 신문 등 미디어에 취업/진로를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