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공실 증가…"5개월 공짜" 유치 경쟁 치열

서울 종로구 종로1가 한 빌딩에 임차인을 구한다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사진=배규민

#1.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A건물주는 올해 들어 일정 기간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렌트프리 기간을 종전 3개월에서 5개월로 늘렸다. 기존 임차인들이 판교 등으로 빠지면서 공실이 늘어나자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선택이다. 임대료를 조정하면 앞으로 건물을 매각할 때 제값을 못 받을 수 있어 아예 무상 임대 기간을 늘린 것이다.


#2.서울 중구 을지로 B건물주는 새로운 임차인에게 렌트프리 기간을 석 달로 하는 대신 그 뒤 두 달 임대료를 인테리어 비용 지원(TI, 테넌트 임프루브먼트) 명목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3개월의 렌트프리 기간도 앞으로 2년 동안 매년 제공키로 약속했다.

서울 도심에 주인을 찾지 못한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건물주들의 세입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늘어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청역과 바로 인접한 A건물은 수개월째 건물 주인을 찾지 못했다. 건물 임대 담당자는 "'임대'라는 현수막이 공실을 알리는 것 같아 달갑지 않지만 하루빨리 세입자를 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길을 가다 보면 강남·강북 노른자에 위치한 건물들도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광화문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D건물도 1개 동은 약 30%가 비어 있다. 임차인들의 임대료 협상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투자자문사 알투코리아가 지난달 3일 서울에 있는 오피스빌딩 1161곳을 조사한 결과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9.9%로 10%에 육박했다. 지난 분기보다 0.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대형빌딩의 경우 강남이 9.1%, 도심이 10.9%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이후 공급된 오피스 약 78만㎡ 중 절반가량인 39㎡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비어 있다.

공실률 상승은 경기 부진과 기업들의 수도권 이전으로 임차 수요는 줄어들거나 정체되는데 신규 공급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업체 오피스빌딩 중개 전문 담당 본부장은 "강남은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가 오피스빌딩 거리"라면서 "IT(정보기술) 등 벤처 업체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최근 판교로 빠지면서 수요가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강북 지역은 최근 늘어난 신규 오피스 공급 물량이 공실률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월만 보면 서울 중구 신한L타워(연면적 3만823㎡, 최고 22층)가 입주를 시작했고 강남권역에는 역삼동 △역삼태광빌딩(연면적 1만7396㎡, 최고 15층) △글라스톤빌딩(연면적 5077㎡, 최고 15층)이 문을 열었다. 마포구에도 △한국출판콘텐츠센터(연면적 5949㎡, 최고 15층) △공덕코어(연면적 4392㎡, 최고 16층)가 공급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신규 공급 오피스가 대기해 공실률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태호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상무는 "올 2분기 이후부터 연말까지 신규로 약 59만㎡가 추가 공급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이중 50%가량이 시장에서 흡수되더라도 연말 공실률은 약 10.6%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역별 전망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었다. 오피스빌딩 업계 한 관계자는 "강북지역은 일시적인 공급 과잉에 따른 공실률 상승으로 본다"며 "강남에 비해 전체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2년 내에는 공실이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