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空약…"정치인은 10분에 3번 거짓말 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오늘 선거 유세에 나온 총선 후보들 가운데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요?”

4·13 총선을 며칠 앞두고 후보들의 선거 유세가 치열하다. 지하철역 입구 등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장소엔 후보와 선거원들이 나와 정당별로 각기 다른 색깔의 옷과 모자를 맞춰 입고 투표를 호소하는 외침소리로 시끄럽다.


주택가를 누비는 유세 차량의 확성기에서 나오는 노래와 연설도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점점 볼륨이 올라간다.

후보들은 저마다 여러 선거공약을 내걸고 “뽑아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다짐을 하지만 이들의 공약이 빈말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해 이젠 선거公약이 아닌 선거空약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가르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고 비난하지만 그래봐야 하루 세 번(하루 세 끼)에 불과하다.


그런데 한 저명한 심리학 교수의 다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보통사람들은 하루에 세 번 이상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추세츠 주립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의 로버트 펠드만(Robert Feldman) 교수는 그의 베스트셀러 『The Liar in Your Life: The Way to Truthful Relationships(2010)』에서 보통사람들의 60퍼센트는 단 10분간의 대화 속에서 평균 세 번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게 맞다면, 보통사람들은 1시간에 18번 정도 거짓말을 하고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 깨어 있는 동안 하루 평균 200번 이상 거짓말을 하는 셈이 된다. 보통사람이 이 정도라면 거짓말이 대명사처럼 돼 버린 정치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의 연구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거짓말을 한 사람들이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펠드만 교수의 실험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은 비디오로 녹화한 장면을 본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과거에 내뱉은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는 것도 어느정도는 믿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거짓말의 목적도 가지각색이다.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악의의 거짓말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선의의 거짓말이 있다. 남녀 성별에 따라서도 그 목적에 차이가 난다. 펠드만 교수는 “남자들은 자신을 더 잘 보이려고 거짓말을 하지만, 여자는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려고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남녀 불문하고 자신이 더 적격자임을 과장하기 위해서도(=자신을 더 잘 보이려고) 거짓말을 하고, 또 유권자의 투표를 얻기 위해서도(=상대방의 기분을 맞추려고) 거짓말을 하므로 복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할까?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Berkeley)의 리니 텐 브링크(Leanne ten Brinke)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상대방의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는 좋은 직관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행동이나 표정을 짓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미국 범죄심리 드라마 ‘Lie to Me’에서 주인공인 칼 라이트만(Cal Lightman) 박사는 인간의 미세한 얼굴 표정이나 행동의 변화를 관찰해서 거짓말 여부를 밝혀낸다.

브링크 박사가 소개한 거짓말 탐지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말하면서 입을 가린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통상 입을 가리거나 입술을 만진다. 이는 거짓말을 멈추려는 무의식적인 행위다. 또한 머리나 목, 복부 등 인간의 신체 가운데 취약한 부분을 만지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이는 거짓말 때문에 공격을 당할까 두려워 취약한 부분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2.똑같은 말을 반복 하거나 필요 이상의 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침묵을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의 거짓말을 많은 말로 덮어버리려 한다. 필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거나 심지어 묻지도 않은 질문에 장황한 답변을 늘어 놓는다. 특히 상대방이 별다른 반응을 안 보이면 거짓말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말을 더 많이 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 한다.

3.빠져 나갈 구멍을 찾는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는다. 실제로 출구 쪽으로 몸을 향하거나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자리를 뜨기 위해 편안한 자세가 아닌 긴장된 자세를 유지한다.

4.말과 몸짓이 서로 어긋난다
말로는 거짓말을 하기 쉽지만 우리들의 몸은 그러질 못하다. 거짓말의 가장 확실한 단서는 말과 몸짓이 서로 따로 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손짓이나 얼굴 표정이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등이다.

5.숨이 가빠진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심장박동이 빨라져 숨이 가빠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숨이 차서 말문이 막히는 사람도 있다.

6.시선을 바꾼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의 눈을 잘 관찰하면 거짓말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다만 시선 자체가 아니라 시선을 바꾸는지 여부를 봐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아래를 쳐다보지만 반대로 오른쪽 위를 올려다 보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평소에 시선을 어디다 두는지 알면 거짓말 여부를 시선을 보고 알아낼 수 있다. 또한 말하면서 자꾸 출구를 힐끗 보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망가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7.공격적이 된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공격적이 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상대방이 언짢아 할 정도로 눈을 똑바로 응시하거나 심지어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8.안절부절못한다
거짓말 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은 안절부절이다. 이는 무의적인 행동으로 심지어 훈련된 사람들도 안절부절한 행동을 100% 통제하기 힘들다.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머리카락을 만진다든지, 발바닥이나 손가락을 바닥이나 책상에 두드린다든지, 귀를 만지작거린다든지 등등은 거짓말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안절부절한 모습의 예이다.

오늘도 수많은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향해 한 표를 달라고 목청을 높인다. 결국 빈말로 끝날 선거공약을 내뱉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