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기대와 바램

머니투데이

김유선 한화자산운용 퀀트운용팀 부장

최근 다양한 루트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뉴스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로보어드바이저가 무엇인지 묻는 분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개인 투자의 일부분을 맡기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시고 또 한편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준비하는 회사에서 우수한 인력을 뽑기 위해 적합한 인재추천을 부탁하는 분도 있습니다. 아직 생겨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용어가 갑자기 주변에서 많이 사용되면서 여러 가지 혼돈을 야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국내에서는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으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고 또 그 발전 속도에 많은 사람들이 놀란 것도 사실입니다. 저 또한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농담이 섞이기는 했지만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끼리 만난 사적인 자리에서도 인공지능이 우리의 역할을 대신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하며 미래의 변화에 대해 불안감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인공지능의 발전이 세상을 크게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근에 회자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과는 좀 다른 것인데 혼동을 해서 받아들이는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금융관련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인베스토피디아를 보면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알고리즘에 기반한 자동화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입니다. 기존 자산관리 영업은 주로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수를 위한 서비스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액 자산을 가진 고객들의 자산관리를 위해 다수의 전문가인 사람들이 도움을 주는 구조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그 비용이 비싼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런 고비용구조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기존보다 쉬운 사용자 환경과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화를 통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론적 기반은 기존의 자산관리와 마찬가지로 현대 포트폴리오 투자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사람인 자산관리자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와 그 기능은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간에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나 위험의 정도를 파악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던 자산관리자가 빠지고 그 자리를 바로 소프트웨어가 대체해서 투자자가 직접 로보어드바이저 소프트웨어를 통해 그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해주는 구조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가 나타나면서 낮은 비용으로 분산투자효과를 누리는 주식투자가 가능해지게 만들어준 것처럼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의 인공지능에 대한 높은 기대로 인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주는 서비스로 투자자들이 곡해하는 경우는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의 발전 속도가 예전과 같지 않고 그에 따라 성장의 과실이 크지 않다보니 비용관리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낭비를 줄이려 노력하게 되고 기업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마찬가지로 투자의 세계에 있어서도 최근의 트랜드는 비용을 줄이는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덱스 펀드와 ETF가 펀드시장에서 상대적 성장을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산관리 서비스에 있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롭게 등장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자동차가 나오면 바로 운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전사를 고용해 자동차를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자동차가 운전하기 쉽게 개선돼 새로운 자동차가 나온다면 사람들은 그 자동차를 직접 운전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서는 운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금융투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직장에서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고 은행에 저축만해도 괜찮았던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스스로의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하고 장기적인 투자에 있어서 비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점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은 좋은 서비스들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서비스를 잘 이용해야 할 차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자 개개인이 금융투자에 대한 학습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투자업에 속한 기업이나 정부 및 관계 단체에서도 투자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투자자들 스스로도 금융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서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균형 잡힌 투자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