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보보안부서 '해외여행 금지령'…이유는?

지난 3월29일 시중 한 은행으로 전송된 악성 프로그램이 담긴 이메일 /사진=최동수 기자

시중은행에 악성 해킹프로그램이 담긴 이메일이 지난 한 달새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북 사이버테러에 대비하라는 금융당국의 당부에 이상징후까지 포착되면서 각 은행의 정보보안부서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3월부터 악성 프로그램의 일종인 랜섬웨어(Ransomware)가 첨부된 이메일이 늘어나면서 시중은행들이 정보보안부서 업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보안시스템으로 방어가 가능하지만 혹시 모를 신종 바이러스나 사이버테러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랜섬웨어는 컴퓨터에 잠입해 내부 문서나 그림파일 등을 암호화해 열지 못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은행 메일함으로 수신되는 악성 이메일이 늘어난다는 것은 해커들의 활동이 그만큼 활발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초부터 지난 2월까지는 기존에 등록해 놓은 IP주소로 메일이 전송돼 사전에 차단됐지만 지난 3월부터는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IP주소로 이메일이 수신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 7일 시중은행 CISO(정보보호책임자) 회의에서 공통으로 지난달부터 랜섬웨어 이메일이 늘어났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2월까지는 거의 수신되지 않았던 메일이 3월 들어 매일 1~2개씩 수신되고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융전산위기 경보 수준을 지난 1월6일 북한의 제4차핵실험과 지난 2월11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정상'에서 '주의'단계로 격상한 이후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전국 은행들의 부행장급 CISO를 모아 사이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당부와 이상징후 포착에 은행 정보보안부서의 업무 강도는 강해졌다.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은 우선 정보보안부서 인원들의 휴가를 통제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해외 휴가를 될 수 있는 대로 지양하고 호출 시 2시간 이내에 복귀할 수 있는 장소로 나갈 것을 주문했다. 사이버 사고 우려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겠다는 것이다.

전산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관제팀도 바빠졌다. IBK기업은행은 관제팀 소속 8명의 직원을 4조2교대로 나눠 전산시스템을 24시간 감독하도록 배치했다. 주말에는 추가인원 1명을 더 투입한다. 주중에는 침해대응팀의 관리급 인원 5명이 돌아가면서 야근을 한다.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도 24시간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의 정보보호관리 부서 인원이 각 50~70명 정도 되고 그 가운데 관제팀이 10명 내외로 구성돼 있어 이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지만 당분간은 주의를 계속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