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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뚝뚝한 경상도 사내' 같은 러시아? 명불허전 그곳의 ‘치명적 매력’

[MT서재] ‘러시아 여행자 클럽’…"낮선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백야의 하늘로"

머니투데이 천상희 편집위원 |입력 : 2016.04.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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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뚝뚝한 경상도 사내' 같은 러시아? 명불허전 그곳의 ‘치명적 매력’
요즘 러시아를 보면 쇠락했지만 뼈대 있는 양반집의 기품과 가풍이 자꾸 떠오른다. 냉전시대 미국과 함께 세계를 쥐락펴락하던 힘은 1991년 소련해체로 많이 잃었지만 수많은 문학·예술의 거장과 최초로 우주 탐사시대 문을 연 기술 등 세계 톱클래스 문화·과학적 자산이 있음에 국가 품격과 위상은 변함이 없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에게 러시아는 지리적으론 유럽국가 중 가장 가깝다. 하지만 심리적으론 가장 먼 국가가 아닌가 한다. 오랫동안 공산국가의 맹주로 우리와 대척점에 서서 무섭거나 딱딱하고 무표정한 나라로 각인돼왔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풍부한 관광자원에도 유럽여행 후 순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러시아 여행자 클럽’을 찬찬히 읽어보면 저자의 표현대로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고, 또한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도 많은 것 같다.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이 강물처럼 흐르고 라스콜니코프의 고뇌와 푸시킨의 사랑이 골목마다 배어 있는 곳, 총 일곱 개의 시간대를 거침없이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웅장함과 화려함,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곳. 가장 낮선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백야의 하늘…”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문 저자들의 감탄과 찬사는 그들이 러시아를 선택한 이유에서 이미 예견됐다. 네 남자는 “시베리아 자작나무가 널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라는 이 한 통의 전화로 맥주집에 모였다. “남들 다 아는 그런 흔해 빠진 곳이 아닌, 약간의 베일에 싸여 있는 곳.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숨도 못 쉬는 곳이 아닌, 한 반짝 떨어진 비밀스러운 곳. 그러면서도 예쁘고, 맛있고. 반짝이는 가치를 숨겨둔 곳이 러시아”(9쪽)라며 의기투합 레알 직딩들의 질풍노도와 같은 러시아 여행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80년대만 하더라도 러시아는 뉴스만 통해서 접할 수 있는 막연히 무서운 나라였다. 미사일로 우리나라 민항기를 격추시킨 무지막지한 나라, 심심찮게 출몰한다는 살인을 일삼는 조폭의 괴담, 사람 잡는 러시아 룰렛, 그리고 무서운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볼쇼이발레단 정도가 전부였다. 이런 이유로 한때 러시아는 모 보험회사에서 여행자보험도 안 받아주는 공포스러운 나라였다. 저자들이 러시아로 여행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지인들이 참으로 괴기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도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러시아 여행자 클럽’은 다소 거칠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러시아의 농밀한 속살을 벗겼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필자들이 본대로 느낀대로이겠지만 오해와 편견을 깨는 대목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러시아 관광 1번지는 붉은 광장과 성 바실리아 대성당이다. 붉은 광장이라는 이름 처음 들으면 누구나 참 러시아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붉은 광장의 붉은(끄라스나야) 고대 슬라브어로 아름답다는 뜻(62쪽)이라는 것을 알면 그들의 문화·예술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붉은 광장엔 러시아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지은 명품 건축물이 여럿 있다. 몽고 200년 지배에서 벗어난 기념으로 지은 성 바실리아 대성당이 ‘화룡’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극장 중 하나인 볼쇼이 극장은 ‘점점’이다. 이 두 건물은 붉은 광장이 아닌 ‘아름다운 광장’을 만들기 위한 당대의 열망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성 바실리아 대성당과 볼쇼이 극장이 유럽의 변방인 당시 러시아의 그 모든 상황을 반전시킨 랜드마크라면 오늘날 도심 곳곳 길 한복판에 자리 잡은 그림을 파는 노점상은 살아 숨 쉬는 러시아 문화·예술 DNA이고, 공연장마다 길게 늘어선 줄과 함께 그들의 자존심 상징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아마도 떡볶이나 튀김을 팔고, 꽃게 등딱지로 국물을 우려낸 어묵을 파는 노점상이 차지했을 텐데. 포장마차 대신 그림을 파는 곳이라니, 러시아의 예술 사랑은 배고픔을 뛰어넘는 걸까”(84쪽).

“모스크바의 청춘들이 강처럼 흘러 다니는 아르바트 거리엔 1980년대에 록으로 러시아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국계 3세 빅토르 최, 유럽이나 미국의 트렌드와 굉장히 닮은 음악이 흘러넘쳤다. 차이콥스키가 150년 뒤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 광경을 보면 졸도할지 모르지만 춥고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 때문에 오히려 신선한 충격이었다.”(93쪽)

필자는 붉은 광장의 웅장함과 질서정연함과 사뭇 다른 ‘노점상 화랑’이 즐비한 아르바트 거리의 자유분방함이 마음에 든다며 장문의 찬사를 보냈다. 무지하게 오래된 클래식 전부라고 생각했던 여행자에게 끈적이는 음악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아르바트 거리, 그것은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얻은 상상하지 못한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차이콥스키가 백조의 호수의 영감을 얻은 세계문화유산 노보데비치 수도원 등이 정적인 클래식 음악이라면 폭주족의 놀이터인 참새언덕과 아르바트 거리 등은 매우 동적인 록 같은 곳이다. 클래식과 록이 함께 연주되는 극장처럼 모스크바는 8색조의 매력을 선사한다.

러시아는 공기도 맑고 경관과 건축물들이 너무 아름다워 천천히 걸으며 여행하기 진짜 환상적인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으뜸이라고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바이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표트르 황제가 러시아를 유럽의 제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야망에 네바강 하구의 섬과 함께 강 양안 늪지대에 계획적으로 건설한 도시다. 100여개의 섬과 360여 개의 다리로 이어진 물의 도시다. 그래서 북방의 베네치야로 불린다고 한다.

‘유럽으로 열린 창’으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러시아의 베르사유라 불리는 여름궁전과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가 그렇게 헤매던 센아야 광장 등 고전 건축물과 명소가 많아 러시아가 정치 경제 예술 분야에서 진정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도시다. 그래서 시민들은 예전의 수도이자 위대한 문학가와 예술가를 탄생시킨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러시아는 아름다운 과거의 유산과 세련미가 넘치는 현대적 감성이 공존하는 매력인 나라다. 그 맛이 깊고 넓어 알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관광 인프라’ 풍성해 러시아 매력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다.

이 책은 공식처럼 틀에 박힌 그 흔한 여행을 거부한다. 젊은 직장인들의 톡톡 튀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글을 읽는 그 자체만 ‘여행 삼매경’에 빠지게 하더니 책 곳곳에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풍광의 사진은 러시아의 매력에 빠지도록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한 상상 이상의 즐거움! 나도 러시아가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는 책 표지 뒷면 카피에 100% 공감한다는 게 솔직함 심정이다. 특히 “무뚝뚝해 보이던 그들의 속내는 경상도 사나이의 뒷주머니에 숨겨진 장미꽃 같았다”(131쪽)는 소감은 흔히 시에서 말하는 이 책의 절창이라 해도 좋은 만큼 정곡을 찔렀다. 그래서 독자인 나도 러시아가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

◇ 러시아 여행자 클럽=서양수 정준오 지음, 미래의 창 펴냄, 314쪽/1만3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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