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블록인데 리터당 418원차…"주유소 사장님 맘대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주유소./사진=뉴시스

# 승용차를 가지고 서울 각 지역 거래처를 다니는 이원일씨(33)는 이동이 잦다보니 특정 지역이나 주유소를 가리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기름을 채우곤 한다. 주유등이 깜빡거리는 것을 확인한 이씨는 S직영 주유소에서 리터당 1790원에 휘발유를 넣었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한 이씨는 이내 후회했다. 3분 거리에 있는 다른 S주유소에서는 리터당 1399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유소별로 휘발유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저렴한 곳도 있는 반면 턱없이 비싼 곳도 있다. 그러다보니 반경 500m 내에서도 주유소 간 최대 리터당 420원가량 가격차이가 나는 곳도 있다.

리터당 420원이면 별 차이없어 보이지만 2000cc급 중형차 기준으로 휘발유를 가득 채웠을 경우(70리터) 가격 차는 2만9400원으로 크게 벌어진다. 실제로 영등포구 여의도·강남구 역삼동·성동구 마장동 일대 주유소 집중 지역에 있는 약 20곳의 주유소를 찾아보니 휘발유 가격은 말 그대로 '제각각'이었다.

여의도에선 한 블록 사이로 리터당 418원이 차이 났고 역삼동에선 같은 블록인데도 399원 차이가 났다. 그나마 마장동 일대는 알뜰주유소를 제외하곤 가격대가 비슷했다.

가격 기준은 따로 없었다. 같은 직영점에서 운영하는 주유소라고 해도 약 200원까지 차이 나는 곳도 찾을 수 있었다. 인근 주유소와의 가격 차이에 대해서 주유소 관계자들은 "주유소 혹은 직영사업소 자체 정책에 따른다"며 "부지 임대료, 직원 인건비와 서비스 차이 때문에 각 주유소 별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고작 몇십 미터 떨어진 주유소간 휘발유 가격 차이가 임대료 때문이라는 대답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주유소 간에 이처럼 가격차이가 나는 것은 1997년부터 시행한 '가격자율제' 때문이다. 주유소 운영자는 자격자율제에 따라 주유소의 입지와 인건비, 지역 총판의 납품 단가 등을 고려해 판매가격을 정할 수 있다.

주유소 운영의 영업전략도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준다. 기름값을 높게 책정하는 대신 무료세차, 포인트 적립, 사은품 증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주유소 간 영업전략에 따라 휘발유 판매가가 결정된다"며 "단순히 가격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제공되는 서비스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유비를 아끼는데 중점을 두는 소비자들은 미리 저렴한 동네 주유소를 알아두는 것이 우선이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오피넷)에서 가격 비교를 한 뒤 주유소를 결정해 찾아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하지만 오피넷 가격과 다른 주유소도 발견된다는 제보도 여전히 잇따른다. 실제 이날 찾아본 주유소 중 여의도에 위치한 한 주유소는 오피넷에 공개한 휘발유가격보다 실제 리터당 100원 비싸게 판매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하루에 6차례 업데이트해 오피넷에서 판매가를 제공한다"면서 "직접 보고하는 업체의 경우 가격 변경 즉시 오피넷에 보고하지 않으면 이러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