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통화정책 기대감

채권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주목하던 4.13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에 총선 휴일 다음날인 이달 14일 국고 3년 금리는 근 3주 만에 기준금리를 상회했다. 여당이 총선 전 주장했던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정책 외에도 산업금융채권(산금채)과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의 직접 인수를 통해 시중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정책 이외에 직접적으로 화폐 유통이나 단기금리를 조절하기 위해 쓰는 대표적인 방법을 '공개시장운영'이라고 한다. 중앙은행은 유통시장을 통해 시중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채 등 정해진 증권을 사고 팔면서 본원통화를 공급하거나 흡수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부터 MBS가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에 포함돼 있지만, 발행시장에서 직접 사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한은법 75조와 76조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직접 인수할 수 있는 채권은 오직 '국채'나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채권'만 가능하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공약은 총선에서 승리했다 하더라도 산금채와 MBS를 한국은행이 직접 인수할 수 있도록 한은법 개정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걸리는 정책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패배로 일단 이 공약은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정치권의 노골적인 통화정책 개입 시도와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의 양적완화 시행 전례 등이 없다는 점은 그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

하지만 글로벌 완화정책 기조 속에서 채권시장은 이미 국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100% 반영한 상태이고, 여기에서 발표된 예상 밖의 공약은 완화정책 기대의 불씨를 지폈다. 비록 새누리당의 참패로 당장 양적완화에 관한 논쟁은 다소 주춤하겠지만 채권시장은 새로 나타난 정책과 더불어 하반기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을 것이다.


가장 쉽게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은 기준금리 인하다. 금리인하의 실효성 여부 논쟁은 여전하지만, 글로벌 완화기조에서 상대적인 환율의 강세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유일호 부총리 역시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 기준금리가 타국에 비해 여전히 높아 통화정책 여력이 있다고 직접적인 발언을 했다.

오는 5월 13일 금통위부터 결정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금통위원 후보들의 비둘기파적인 성향도 시장의 기대를 키울 것이다. 4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겠지만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한 뒤 6월 금통위에서는 하반기를 앞두고 첫 부양정책의 신호탄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