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약사에게, 연금은 '리밸런싱연금펀드'에

펀드의 수익률을 이야기할 때 피터린치가 운용했던 마젤란펀드는 빼놓을 수 없는 단골메뉴다.


13년간 연복리 29%라는 신화적인 수익률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정작 마젤란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펀드에 투자한 고객의 절반이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6개월 이후에 펀드에 가입해 수익률이 가장 안 좋았던 6개월 이후에 환매했기 때문이다.

짧은 투자시계는 최근의 성과가 가장 '핫'한 펀드에 몰리게 만든다. 최근 수익률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 같은 투자편향의 모습은 연금펀드를 선택하는 투자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많은 투자자가 펀드의 성과가 가장 좋았던 시점에 가입한다. 그러다 보니 자산운용사가 마케팅 목적으로 신문이나 광고에서 보여주는 펀드의 수익률과 실제 자신의 계좌에서 발생한 수익률과 다를 때 불만을 터트린다. 결국 투자상품에 대한 두려움과 낮은 성과에 대한 불신은 자신의 연금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방치하거나 아예 원금보장상품으로 갈아타고 다시는 투자상품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연금은 이런 방식으로 운용해야 할 자산이 아니다.

연금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맞도록 적절한 분산투자와 함께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와 자산배분의 노하우가 부족한 일반투자자는 연금과 같은 장기성 자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언제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하고 어떻게 자산배분을 하며 또 리밸런싱은 언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스스로 챙기기도 어렵다. 또 상품을 교체할 때마다 번번이 펀드의 특성을 이해하고 펀드마다 다른 환매일정(현금화 기간)과 매수 타이밍을 따져 연금관리를 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최근 연금펀드에서도 진화한 형태의 '리밸런싱 연금펀드'가 출시되고 있다. 투자자는 하나의 연금펀드에 가입하면 펀드 내에서 시장상황에 맞도록 여러 개의 펀드에 선별해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누일 수 있다. 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비중을 조절함으로써 연금의 장기적 특성을 고려하며 꾸준한 수익을 추구한다. 즉 펀드 안에서 알아서 자산을 배분하고 리밸런싱까지 하는 펀드인 셈이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관리가 쉽지 않은 연금자산 운용에 꼭 필요한 방식이다.


연금상품은 연금다워야 한다. 지금까지 연금펀드는 주로 운용사의 대표펀드를 연금펀드(클래스)로 분류해 포장했을 뿐 연금펀드라고 해서 일반펀드와 다를 게 없었다. 더구나 많은 투자자가 하나의 펀드에만 투자하는 상황에서 자산배분이며 리밸런싱은 머나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성과가 부진한 연금펀드를 가지고 있어 갈아타기를 고려하고 있거나 새로 연금상품을 고민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피터린치와 워렌버핏과 같은 성과를 내줄 펀드매니저를 찾는 대신 이와 같은 연금 목적에 부합하는 상품을 고르는 게 훨씬 쉽고 효과적인 연금자산 관리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