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게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때 가격 떨어진다면…"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분양받은 아파트가 입주할 때쯤 침체기로 접어들면 사기분양, 부실시공, 하자 소송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최근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보면 2~3년 후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겠구나 싶죠."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건설부동산 전문 변호사(사진·48)는 최근 대출규제 직격탄을 맞은 주택시장에서 '나홀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10년 넘게 건설부동산 분야 법률자문과 소송을 담당하면서 부동산 경기 변화에 따라 분쟁 유형도 달라진다는 걸 몸소 체험한 탓이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은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상가,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의 수익보장 관련 소송이 급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다른 지역은 불씨가 꺼져가는데 강남 재건축 단지만 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남이 앞으로 뉴욕 맨해튼이나 싱가포르 도심처럼 경기와 무관하게 희소성을 기반으로 가격이 유지되는 형태로 갈지 아니면 고분양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분쟁으로 표출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시행사 출신 변호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대기업과 정부기관에서 해외영업과 수출지원 관련 업무를 하다 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이후 3년간 부동산개발업체 신영에서 법무팀장으로 일했다.


이 변호사는 신영 재직시절 회사를 막대한 손실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당시 신영이 미국 LA 주상복합아파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현지 합작 파트너와 법적 분쟁을 겪었는데 소송 규모가 4000억원대에 달했다. 그는 계약 협상 단계에서 수정한 계약조항 문구 하나를 발판으로 회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

이 변호사는 현재 부동산개발 프로젝트의 기획, 인허가, 금융조달부터 분양, 시공, 입주,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부동산개발 업무 전반에 걸친 법률문제를 다루고 있다. 부동산개발업법을 만들 때나 서비스드 레지던스 관련 입법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시행·시공사를 상대로 한 법적 분쟁에서 상대적 약자인 개인들이 권익을 찾았을 때 특히 보람이 크다고 귀띔했다. 그는 판교 오피스빌딩 지하상가 수분양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합의와 배상을 이끌어낸 경험을 갖고 있다.

분양 때는 지하 식당가에 휴식공간인 중정이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선 실제론 이 공간도 분양해버린 것. 이 변호사는 소비자의 문제 제기를 시행사가 받아들이고 이에 따른 실질적 배상도 이끌어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업 영역 침해 논란에 대해선 보다 상세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억원짜리와 10억원짜리 물건을 중개할 때 실제 업무 차이가 크지 않은데 물건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수수료를 책정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고 한편으론 복잡한 법적 검토가 요구되는 거래에서 일률적으로 정해진 자문 수수료만을 받는 게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