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社3色' 주파수 전략…최후에 웃는 곳 어디?

최초 경매가 2조5779억원. 통신업계 최대 ‘쩐(錢)의 전쟁’이 시작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늘부터 경기 분당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주파수 경매를 개시한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는 △700㎒ 40㎒폭(A블록) △1.8㎓ 20㎒폭(B블록) △2.1㎓ 20㎒폭(C블록) △2.6㎓ 40㎒폭(D블록) △2.6㎓ 20㎒폭(E블록)이 매물로 나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최대 60㎒폭까지 주파수를 낙찰받을 수 있다. 경매 블록 중 가장 뜨거운 경쟁이 예상되는 곳은 C블록. 3사 모두 낙찰만 받으면 적은 비용과 시간만 투입해 곧바로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통 3사별로 다른 블록들도 향후 주파수 운용 전략에 따라 매력적일 수 있다.
◇SKT, 다취 전략 우선될 듯…협대역 ‘급한불’ 끌까=주파수 확보가 가장 급한 곳은 SK텔레콤이다. 사용기간이 만료된 2.1㎓대역 20㎒폭을 재할당받지 못했다. LTE 가입자 수는 경쟁사 2배 이상이지만 확보 주파수는 75㎒폭에 불과하다. KT(85㎒), LG유플러스(80㎒)보다 적다. 때문에 SK텔레콤은 최대 할당폭인 60㎒를 모두 가져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광대역 운용이 가능한 C블록을 우선 확보하고 B, E 블록을 모두 가져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C블록 경매가 과열될수록 동일대역에 확보한 40㎒폭 주파수 대가도 함께 높아진다. 부담이 크다. 광대역인 D블록을 확보하고 협대역인 B, 혹은 E블록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할 수도 있다. D블록 가격이 높아지면 다시 A블록으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대역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협대역은 현재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수단이다. C블록을 확보하지 못하면 곧바로 주파수 부족난에 빠진다. 다른 광대역은 설비투자 등 서비스에 상당 수준 시간이 소요된다. 협대역인 B, 혹은 E블록 마저 확보하지 못하면 당장 데이터 속도 저하가 우려된다. 어떻게든 둘 중 하나 이상의 블록을 차지해야 한다.

◇KT, 재난망 인접 A블록에 만족? D블록도 만지작=국가재난안전망에 뛰어든 KT 입장에서 A블록은 ‘계륵’이다. A블록이 위치한 700㎒는 당초 통신 ‘황금 주파수’로 불렸지만, 방송 및 재난망과 대역을 나누면서 매력이 반감됐다. 때문에 기존 20㎒폭을 확보한 2.1㎓ 대역 C블록에 우선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B블록 역시 나쁘지 않다. 기존 보유 주파수와 인접해있다. 향후 칩셋 및 기지국 장비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주파수와 붙여 초광대역 주파수로도 쓸 수 있다.

D블록도 A블록보다는 구미가 당기는 대역이다. LG유플러스가 이미 광대역 서비스를 하는 만큼 장비, 지원 단말 등 환경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역시 C블록의 차선책으로 D블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자금력이 우세한 SK텔레콤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광대역 가운데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낮지만 경매 시초가에 준하는 수준에서 A블록을 가져간다면 ‘차선’은 될 수 있다.
◇LGU+, ‘게임의 룰’ 주도할까=LG유플러스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급할 게 없다. LTE 가입자 수 대비 주파수 용량에서 가장 여유가 있다. 이번 경매에서 40㎒폭만 신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3사 모두 군침을 삼키는 C블록 경매에서도 가장 유리한 입장이다. 정부는 C블록이 위치한 2.1㎓ 대역에 있는 주파수 가격을 이번 경매 낙찰가와 연동시키기로 했다. 경쟁사들은 모두 이 대역에서 40㎒폭의 주파수를 갖고 있다. 경매가가 오르면 기존에 확보한 주파수 가격이 함께 오르는 ‘이중고’에 빠진다. 설령 C블록을 확보하지 못해도 가격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으로 경쟁사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D블록과 E블록도 만족스러운 선택지다. 동일대역에서 이미 40㎒ 광대역 서비스를 진행 중인만큼 경우에 따라 최대 100㎒폭의 ‘슈퍼’ 광대역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20㎒폭 협대역 주파수 1개만 확보해도 경쟁사들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키면 ‘남는 장사’다. 경쟁사와 달리 주파수 경매로 인한 자금 출혈이 크지 않아 마케팅, 서비스 등에 추가적인 자금을 투입, 가입자 유치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