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역할론 2라운드…'전당대회 연기론' 논쟁 꿈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2016.4.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당대회 연기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계파갈등이 예견되는 당대표 경선을 미루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연장하자는 것이다. 지도부 차원의 논의 역시 이뤄질 것으로 보여 '김종인 추대론'에 이은 또다른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26일 더민주의 한 비대위원은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오는 6~7월에 전당대회를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내일 비대위에서도 자연스럽게 전당대회 연기론이 거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연기론은 당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대선 정국에 진입해야 한다는 논리로 힘을 얻고 있다. 총선 승리 직후 당권을 놓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모처럼 얻은 국민들의 지지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문재인 전 대표의 본래 임기인 내년 2월 정도까지 연기하자는 것이다.

'김종인 당대표 추대론'이 최근 꺾인 시점에서 김종인 체제가 지속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전당대회가 연기될 경우,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자연스럽게 연장된다. 김종인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끈 점을 고려했을 때 명분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대선까지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당내에 형성돼 있다.

김종인 대표는 전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비대위 연장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됐다고 '비상상황'이 해제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라며 "호남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당은 계속 비상상황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호남 완패라는 상황을 비대위 지속의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전당대회 연기론은 주류·비주류 가릴 것 없이 거론하고 있다. 처음 '김종인 추대설'이 이슈였을 때부터 전재수 당선자 등 범친노 그룹이 먼저 들고 나왔던 바 있다. 당권 도전의사를 밝혔던 김진표 당선자도 "당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구체적 쇄신 전략을 세운 뒤 (전당대회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주류에서는 처음 전당대회 연기론에 부정적이었던 이종걸 원내대표가 '찬성'으로 돌아섰다. 비주류 위주로 구성된 비대위원 중 상당수도 전당대회 연기론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주류 의원은 "김종인 대표가 총선 승리에 공헌했고, 전당대회로 인해 계파 갈등이 재현되는 것은 국민들을 실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 연기에 찬성한다"며 "지금은 서로가 화합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인천=뉴스1) 한재호 기자=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2014.6.4/뉴스1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의 무계파 중진인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대론 지나가니 전당대회 연기론"이라며 "필요없는 군불 자꾸 지피지 말고 정도로 가야 한다. 민주정당에서 당권경쟁은 분열이 아니고 대선승리 위한 당연한 길"이라고 밝혔다.

특히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던 송영길 당선자는 '전당대회 연기론'이 '합의 추대론'의 변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하루빨리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지도부가 새로운 마음으로 국회 개원과 정기국회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연기론'과 관련한 당내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송 당선자 외에도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부겸, 박영선 당선자와 정청래 의원 등이 반대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차기 당대표는 대선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의 판을 짜는 자리"라며 "그만큼 당내에서는 관심의 대상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