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작전헬기, 1차분도 납품 못한 AW사에 2차까지?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W)가 해상작전헬기 1차 사업자 선정에 이어 2차 수주에도 나서면서 사업 자체의 총체적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AW는 1차 사업자 선정 과장에서 드러난 비리 의혹, 성능미달 및 납기 지연 등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홍보 대행사를 통해 일부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현지 답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W는 남북 긴장상태가 높아진만큼 조속한 해상작전헬기 전력화가 필요하다며, 잔여 12대(2차사업) 선정 작업도 빨리 진행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작전헬기 도입사업은 2007년 합동참모본부가 해군이 보유한 노후 헬기 ‘슈퍼링스’ 교체를 위해 소요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국방부는 총 1조4025억원을 들여 해상작전헬기 20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사업을 1·2차로 나눠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5890억원이 투자된 1차 선정 사업에는 영국 아쿠스타 웨스트랜드가 만든 ‘와일드캣(AW-159)’을 직구매하기로 결정됐다. 이 헬기는 북한군 함정과 잠수함에 대항하는 작전을 펼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2016년에 걸쳐 8대가 도입된다. 해군은 당초 중형 헬기를 원했으나,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소형인 와일드캣이 선정됐다.


와일드캣은 핵심 성능이 당초 계약서에 제안된 성능에 미달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초도분 4대가 납기를 넘긴 현재까지도 우리 해군에 도입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2차 사업자 선정만큼은 고성능 헬기를 개발해 향후 수출 가능성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2차 사업자 선정에도 AW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 반복되는 군납비리.. 비리로 얼룩진 1차 해상작전헬기 사업자 선정

군납 비리 사건 수사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으나 끝이보이지 않는다. 군납비리는 로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도 군납비리가 적발됐지만, 해외 무기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과는 규모 자체가 비교되지 않는다.

국내 업체가 수행하는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는 비리보다는 기술상 결함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빠듯한 개발 일정과 부족한 예산 때문에 충분한 시험평가를 거치지 못한 탓도 컸다.

무기도입 산업은 자금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으로 '한탕주의'가 만연하다. 1990년대말 미모의 로비스트 린다 김이 무기 도입 중개 과정에서 거액을 벌었다고 알려지면서, 무기 도입 사업은 한 건만 성사시켜도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무기중개상들은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하면 국내 생산 비용보다 저렴한 비용에 성능이 입증된 제품을 들여올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주장하며, 해외 무기 도입 자체에서는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고 무기 운용·유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속 사업권을 따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화시켰다.

무기 도입은 단 한번으로 끝나지만, 해당 무기에 사용되는 부품과 보수정비 사업은 수십년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해상작전헬기 선정 1차 사업에도 비리가 적발됐다.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AW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14억원을 챙겨 쇠고랑을 찼고, 전·현직 해군 장성 7명이 구속기소됐다.

뒷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함모씨는 약식 기소됐다. 방위사업청은 200만 달러 이상의 무기도입시 무기 중개상을 배제토록 규정하지만, 함모씨는 무기중개상이 아닌 컨설턴트로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군납 비리가 반복되는 것은 관련자 일부만 처벌되기 때문이란 시각이 있다. 방산 전문가는 "돈 준 곳은 처벌하지 않고, 돈 받은 사람만 처벌하면 군납 비리가 근절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국내 기업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선정 과정 비리로 부실 헬기 도입되나

우여곡절 끝에 선정된 ‘와일드캣’은 당초 기대한 작전성능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잠수함 작전수행과 관련된 대잠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수중 음파탐지기(디핑소나) 운용시스템(릴링머신) 능력이 제안서 대비 낮다는 것이다.

음파탐지기의 한 종류인 디핑소나는 수중에서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대잠작전의 핵심장비이고, 릴링머신은 디핑소나를 수중 300m까지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역할을 한다.

방위사업청과 AW는 릴링머신 올려감기 최대속도는 6m/s, 내려감기 최대속도는 5m/s로 계약했지만, 실제 장착된 것은 각각 속도가 2.45m/s와 4.75m/s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잠작전 수행 시 릴링머신 속도는 매우 중요한데, 디핑소나를 신속히 내려 적 잠수함을 탐지해 어뢰를 발사해야 되기 때문이다. 속도가 느리면 적 잠수함 탐지 시간이 오래 걸려 적이 탐지 및 공격을 회피하는 시간을 벌게 해줄 수 있다. AW는 현 사양으로 임무완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와일드캣의 릴링머신 속도가 미달된다고 지적되는 이유는 다른 해상작전헬기와 달리 소형이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기존 릴링머신 주장비인 유압식 윈치를 제거해서다. 디핑소나와 어뢰를 동시에 달고서는 정상적인 작전 수행이 어려워 제작사 모국인 영국에서도 해상작전헬기 보조 역할만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탑재된 레이더 ‘시 프스레이 7000e’도 문제다. 총 12가지 모드를 지원해야 하나 중소형 표적탐지 모드, 탐색구조 응답 모드, 난기류 모드 등 3가지 모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안된 상태다. 이중 중소형 표적 탐지 모드는 잠수함 잠망경을 탐지하는 것으로 레이더의 핵심 기능이다.

AW는 헬기 납품 후 개량해 주겠다는 입장인데, 우리 군은 레이더 정상작동 여부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헬기를 인수해야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와 함께 작전시간이 매우 짧다는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륙하는 KF-16/사진제공=뉴스1

◇ 사업자 선정에 성능 개선 비용 및 미래 수요 고려 없어

개발 및 연구비 등으로 초기 비용이 더 들더라도 국내 개발을 주장하는 것은 성능 개량 및 추가 소요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자체 기술로 해상작전헬기를 개발하게 되면 향후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총 134대가 운용되는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 KF-16은 순수직도입이 아닌 국내에서 면허 생산된 전투기다. 대당 생산비가 500억원 정도이지만, 레이더와 일부 항전장비 등의 개량에만 1대당 생산비의 30% 해당하는 13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2012년 KF-16의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했던 BAE(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는 계약 3년만에 사업 차질 우려 및 업무범위 확대 등을 이유로 최대 8000억원의 추가비용을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국내에서 개발될 경우 우리 군이 요구하는 성능으로 개선이 용이하고 비용 감소도 예상되는데, 해상작전헬기 선정과정에는 해당 내용들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해상작전헬기 수요는 1·2차 사업 20대 외에 노후 링스헬기 교체 24대, 신규 이지스함 3척 6대, 차기구축함 6척 12대 등 50여대 이상이다. 국내 개발이 서둘러 이뤄지지 않으면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되며, 성능개량 비용으로 많은 외화가 유출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잠수함 전력 증강과 해상 영토 분쟁에 대비한 동남아시아 국가 등의 수요로 헬기 수출 가능성도 높아 국내 개발이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 국내 개발로 ‘군납 비리’ 막고, 신성장 수출 산업으로 육성

국내 방위산업은 지난 40여년간 선진국들의 무기를 구매하고, 이를 모방하면서 조금씩 성장했지만 그 성과는 놀라웠다.

우리나라 방위산업 수출은 2005년 2억6000만달러에서 2015년 34억900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이같이 성장한 국내 산업은 방위산업이 유일함에도 불구하고, '군납비리'가 '방산비리'로 매도돼 위축되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은 간신히 독자 개발 능력만 갖춘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보유 능력을 강화하고 다른 선진국도 성공하지 못한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정부도 방위산업을 차세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산 때문에 해외에서 무기를 직구매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방산업계는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예산(약 8000억원)이 20%만 증액되면 국내 연구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선진국에서도 자국내 개발시 비용의 한계치를 미국은 150%, 일본 200%를 초과해도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술협력으로 생산한 KF-16은 해외 구매비 대비 123%, 국내 개발한 KT-1은 153%, T-50은 158% 수준을 투자해 만들었다. 이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는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우리 군의 무기 도입 시, 국내 개발과 해외 구매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행연구가 해외 무기 직도입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전력화시기 지연과 국내 개발 시 총사업비 초과 등의 이유로 해외 직구매가 우세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방산 전문가는 “일부 인사들의 군납비리로 인해 방위산업 전체가 매도되고 있다"며 "국내 방위산업이 위축될 경우 누가 이득을 보게 될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입장]

방위사업청은 해상작전헬기 사업은 링스 헬기 교체가 아닌 차기호위함 탑재용 헬기 확보를 위해 소요가 결정됐으며, 군은 탑재함정에서 운용이 가능한 크기의 헬기를 요구해 특정 크기의 헬기 도입을 요청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으로 도입될 헬기 12대에 대해선 현재 선행 연구가 진행중이며, 도입 시기 및 업체가 선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해상작전헬기 추가 수요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방사청은 아울러 1차로 도입되는 와일드캣은 해군이 요구한 작전 요구 수행능력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고 밝혔습니다.

와일드캣에 탑재된 레이더의 3개 기능(중소형 표적탐지 모드, 탐색구조 응답 모드, 난기류모드)은 모두 구현됐고, 현장 수락검사 시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고 방사청은 덧붙였습니다. 3가지 모드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지난해 9월에 모두 완료하고, 올해 2월 영국 현지 수락 검사 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