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가맹점 늘리고, 브랜드 확장…몸집 불리는 펀드들

bhc 치킨 매장 전경/사진제공=bhc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옛 씨티벤처캐피탈)이 2013년 제너시스 BBQ로부터 인수한 치킨브랜드 'bhc'가 지난해 신규 가맹점 367개를 열었다. bhc 매장이 하루 1개 이상 늘어난 셈이다. 로하튼은 bhc로 외식시장에 발을 들인 후 고기전문점 '창고43'과 '불소식당', '그램그램'에 이어 '큰맘 할매순대국'을 인수해 현재 5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를 인수한 사모펀드들이 몸집 불리기에 본격 나섰다. 불황에도 1~2년 새 매장수를 2배 가까이 늘리는가 하면 브랜드 인수, 신규 브랜드 론칭, 해외 본사 인수 등 공격적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가맹점 늘리고, 브랜드 확장…불황에도 매출 증가=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사모펀드가 인수·론칭한 외식 프랜차이즈는 20여 개에 달한다. 2011년 놀부를 시작으로 버거킹, bhc치킨, KFC, 할리스커피, 공차코리아, 디초콜릿커피 등이 잇따라 사모펀드에 팔렸다. 햄버거와 치킨, 커피전문점, 보쌈 등 유명 브랜드 위주였던 인수·합병(M&A)이 최근엔 한우전문점, 순대국 등 가맹점 100개 미만 소규모 브랜드로 확장되는 추세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로하튼이다. 신규 브랜드 인수뿐 아니라 bhc 매장 수와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3년 6월 인수 당시 806개였던 bhc 매장은 현재 1280개로 50%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2배 가량 증가한 1860억원으로 '교촌치킨', 'BBQ'에 이어 치킨 업계 3위로 도약했다. bhc 관계자는 "올해는 신규 매장 200개를 추가로 여는 것이 목표"라며 "매출 5000억원대 종합 외식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IMM 프라이빗에쿼티가 2013년 인수한 '할리스커피'는 지난해 1086억원으로 2년 만에 매출액이 58% 늘었다. 할리스 매장 수는 연평균 20~30개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2014년 디초콜릿커피를 추가로 인수해 외형이 커졌다. 핸드드립커피숍 '할리스커피클럽' 브랜드를 내놓고 프리미엄 커피 시장에 뛰어든 것도 주효했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올해는 가맹점보다 주요 상권에 직영점을 확대해 현재 20% 수준인 직영점 비율을 높여 커피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놀부 인수 이후 분식점, 치킨전문점, 한정식 등 브랜드를 잇따라 론칭해 현재 12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2014년 공차코리아를 인수한 유니슨캐피탈은 최근 대만 본사 인수에 나섰다.

◇사모펀드, 외식업체 공격 투자하는 이유는?=사모펀드들의 외식 프랜차이즈 투자는 경기 영향을 덜 받는데다 현금 흐름이 양호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투자 회수가 쉬운 것도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출구전략을 짜기가 수월하다"며 "사모펀드는 4~5년 안에 바이아웃(기업 인수 후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현금 장사를 하는 외식업에 눈독을 들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2년 두산그룹으로부터 버거킹을 인수한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가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면 외식 프랜차이즈 M&A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모건스탠리는 놀부 인수 후 매장을 2배 이상 늘렸지만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6억원으로 전년(44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유니슨캐피탈이 인수한 버블티 브랜드 공차, CVC캐피탈이 인수한 패스트푸드 브랜드 KFC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모펀드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으로 입지가 좁아져 투자 회수에 어려움을 겪자 실패를 만회하려고 추가 투자하는 경우도 있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