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터뷰]김용태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으로 남을 것"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사진=뉴스1

"모질게도 많이 싸웠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게 정치 아닙니까. 정치는 기본적으로 양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것인만큼 서로 조율하고 협상해나가려 계속 노력해야죠."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는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김영란법', '대부업 최고금리인하법', '남양유업법'(대리점거래 공정화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등 굵직한 쟁점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야가 나뉘어 살벌한 전쟁을 벌여야 했다.


그 최전선에 섰던 이가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다. 8년 간의 의정활동을 꼬박 정무위에서 보냈고 이 중 6년은 법안심사소위에 몸담았다. '금융 문외한'으로 시작해 이제는 그의 말을 빌리면 "서당개 풍월 읊는 수준은 넘어 금융산업과 기업정책에 나름의 관점이 선" 경지에 올랐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무위의 못다한 숙제를 풀고싶다는 게 김 의원이 20대 국회를 맞는 각오다.

20대 총선에서 불어닥친 '새누리당 심판' 광풍을 �뎔� 서울에서, 그것도 야당세가 강하다는 지역구를 수성하는데 성공한 김 의원은 이제 여당의 3선 중진의원이 됐다. 무게를 잡고 거만해질 법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끊임없이 훈련받고 단련받지 않으면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김용태 의원을 '칭찬합시다' 다음 주자로 꼽은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도 김 의원의 이런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정치란 내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명제는 민원을 해결하려고 사방으로 뛰는 김용태 의원을 보면 알 수 있다"며 "거시적인 정치구호가 아닌 현실정치, 민생정치를 실천하는 적임자 중 적임자라고 본다"고 칭찬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11월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사무실에서 100번째로 열린 '민원의 날' 행사에서 민원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머니투데이 더300의 '칭찬합시다' 주인공으로 추천했다.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국회연구단체인 한중차세대지도자포럼을 함께 해서 잘 알고 있다. 김관영 의원은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정책적·정무적 역량을 갖춘 분이란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역량있는 후배의원이 저를 지목해줘 감사하다.

-특히 민생정치·현실정치를 실현할 적임자 중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내세우는 핵심가치는 '현장'과 '팩트(사실)' 두 가지다. 현장정치가 왜 중요한가. 국회의원이 원래부터 타고 태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은 아주 많은 이해관계집단과의 조율이다. 이런 것을 끊임없이 훈련받고 단련받을 수 있는 게 지역구, 현장인 것이다. 또 많은 사람이 저에게 보수냐 진보냐, 친박이냐 비박이냐 묻지만 제게 중요한 것은 '팩트' 곧 사실관계다. 예를 들어 경제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제게는 경제민주화를 해서 경제가 좋아지면 좋은 것, 안좋아지면 나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옳냐 그르냐 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판해서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고 새누리당이 잘 되면 좋은 일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김관영 의원이 그렇게 평가해준 것은 현장과 팩트 외에 어떤 기준과 준거점도 갖지 않는다는 점을 봐 준 것 같다.


-여소야대가 될 정도로 새누리당이 참패를 할 것이라고 미처 예상을 못했다.
▶아무도 몰랐다. 당사자인 우리도 몰랐다. 개별적인 국민들도 몰랐을텐데 집단으로서의 국민만은 그것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당시에는 모르고 사후에 알게되는 것이니 결과적으로는 누구도 몰랐던 것이다.


-어찌보면 당내 공천갈등이 불거졌을 때부터 예견됐던 건 아니었나. 이번 총선 공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유구무언이다. 원인에 대해서는 만천하가 다 알고 있지 않나. 이렇게 민심이 무섭게 무너져서 새누리당을 심판하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무지에 대해 자책하고 있다. 또 혹시나 그래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우리의 오만도 참회하고 있다. 지금은 원인 규명을 위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본다. 남아있는 것이 없는데도 그런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맞지 않다. 지금은 제 스스로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 위에서 더 반성과 자책의 시간을 가진 뒤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다듬어서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국회 의정활동의 대부분을 정무위원회에서 보냈다. 19대 국회에서 정무위가 '일을 많이 한 성실 상임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성실했지만 아쉽기 짝이 없다. 정무위에서 남은 건 정치 뿐이다. 19대 국회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게 아무것도 못하고 양쪽 진영끼리 부딪혀 싸우다 끝났기 때문 아닌가. 그런 모든 양상이 최고조로 드러난 게 정무위였다. 그야말로 저사람들, 저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고 손가락질 하는 전형적인 사람들이 모였던 곳이었다. 물론 그렇기만 했으면 우린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다. 다만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고 보는 관점에서 어떻게든 협상을 이어가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최대한 양쪽의 공통점을 찾아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그것이 20대 국회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180도 반대 방향으로 힘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힘만 쓰고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은 채 끝이 난다. 오히려 양쪽에서 힘을 쓰면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뒤로 움직이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각도를 좁히자는 것이다. 양쪽에서 각도를 45도씩만 줄인다면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갈 수 있다. 공통점이 설령 거의 없더라도 양보하면서 조금씩 가야하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도 정무위는 완벽하게 180도 구도에서 시작했다. 파행도 하고 2달~3달 냉각기도 갖고 싸우기도 했는데 그게 정치 아니겠는가. 정치는 기본적으로 양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것이다. 조율하고 협상해나가야 한다.


-20대 국회에서도 선호 상임위로 정무위를 꼽았다.
▶이번에도 생각이 틀리다는 사람들이 정무위로 모일 것이다. 생각이 틀리다고 해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거나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 새로 오신 분들에게 19대 국회에서의 핵심적인 쟁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도 하고 함께 참여해서 역할을 하고 싶다.


정무위에 숙제가 많다. 대한민국의 현재 발전단계에서 제조업은 한계에 처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국가발전단계를 보면 금융이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한다. 과거에는 금융이 제조업을 뒤에서 돕는 역할이었다면 현재는 금융산업 자체가 국부를 창출하고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입법과 개정, 규제혁파를 포함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금융산업은 광범위해지고 세계의 부가 편중되는데 우리나라도 현명하게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나.

-20대 국회에서 발의하려 준비하는 '1호 법안'이 있는가.
▶19대국회 막판부터 '열정페이법'을 마련하려 준비해왔다. '열정페이'를 쉽게 설명하는 개념도 만들어냈다. 일을 가르친다면 배우는 사람, 인턴은 수고료가 적어도 오히려 수업료를 내고라도 일을 배울 것이다. 하지만 사용주 입장에서 일을 시킨다면 그것은 노사관계다. 열정페이를 '일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면 간단하다. 지금은 노동부 지침이 전부인데 저는 이 경계를 나눠서 입법화하려고 한다. 열정페이 문제는 단순히 부도덕한 수준이 아니라 패륜문제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녀라면 그렇게 일을 시킬 수 있겠나.

-이제 3선, 중진의원이 됐다. 앞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번 선거 제 슬로건이 '두려운 것은 오직 국민 뿐, 믿을 것도 오직 국민 뿐'이었다. 과거에도 써왔고 앞으로도 저의 슬로건이 될 것이다. 정치는 세상을 바꿀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치를 욕한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바로 정치인들이 국민을 우습게 알아서 그렇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로지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만을 믿는 그런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