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공익' 뒤섞인 역세권개발, 상인·세입자 쫓아내나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설명회'에 지하철역 반경 250m 이내에 토지·건물을 소유한 개인과 법인은 물론 사업 참여를 저울질 중인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서울시가 주거난 해소를 위해 건물주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며 참여를 독려 중인 '역세권 개발 2030 청년주택' 프로젝트가 기존 임차 상인 등 세입자들을 외곽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물주가 용도지역 종상향을 통해 건물을 새로 지어 임대하면 기존 임대수익에 투자비용까지 얹어 임대료를 올려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는 주된 사업대상지가 주거 혹은 준주거지역 내 건물이기 때문에 상권이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별도의 이주대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28일 시민단체와 부동산업계 등은 서울시의 이번 역세권 개발 사업과 관련, 임대주택 확보를 이유로 건물주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반면 임대료 상승으로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존 세입자들이 나간 자리에 비싼 월세 주택이 들어서는 대가로 과도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는 정책이라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관계자는 "역세권에 건물이 새로 높게 지어지고 임대주택에 사람들이 입주하면 당연히 유동인구가 늘고 상권도 활발해진다"며 "집주인이 직접 투자해서 임대료 높이겠다는 데 임차인들이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기존 임차 상인과 세입자들이 나간 자리에 '비싼 월세 주택'이나 '비싼 임대료의 상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시행업체 관계자도 "건물주가 건물에 투자하면 기대수익률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주 입장에선 기존 임대수익에 지을 때 투입한 비용을 얹어 수익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받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이 사업은 결과적으로 건물주에게 대부분의 이익이 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시행사 등 디벨로퍼들은 이 같은 이유로 건물주가 주체가 돼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해 일정 부분 수수료만 받는 것은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땅을 직접 매수해 신축 후 임대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는 민간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라도 준공공 및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 등 세부사항은 건물주가 알아서 정리한 후 사업에 참여해야 하도록 했다. 건물을 새로 짓더라도 가급적 기존 세입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장려하고는 있지만 건물주들이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

시는 사업 대상지가 대부분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 혹은 준주거지역 건물이기 때문에 세입자 관련 분쟁은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 참여를 원하는 건물주들은 대부분 상권이 죽어 있는 건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애초에 장사가 잘 안되고 임대수익도 신통치 않아 새로 지어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