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금연구역' 확대보다 '흡연구역' 운영이 간접흡연 막는다

#2013년 마련한 서울역 앞 흡연부스는 지난해 말 잠정폐쇄됐다. 부스내 시설이 변변치 않았던데다 넘쳐나는 흡연인구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 현재 서울역 흡연부스는 창문과 문이 모두 개방돼있고 흡연자들은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운다.

#회사원 최고야씨(32)는 일본 출장 중에 담배를 피우러 건물 밖을 나섰다. 마땅한 골목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건물내에 있는 흡연부스에 들어간 최씨는 깜짝 놀랐다. 불쾌할 것으로 생각했던 흡연부스에 담배연기가 거의 없을 뿐더러 쾌적하기까지 했던 것. 최씨는 이 정도 시설이라면 흡연부스를 이용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전면적인 실내금연구역 확대와 함께 지자체에서 실외 금연구역을 확대하자 흡연자들은 길거리로 나섰다. 대형 건물 근처에서도 흡연할 공간이 없는 흡연자들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게 됐고 오히려 간접흡연의 풍선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실외 금연정책 시행보다 실내 흡연구역 정착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지난해 음식점 내 금연 정책 실행과 함께 실내 금연구역이 60만여개에서 120만여개로 2배 가량 늘었다"며 "영세상인에 대한 문제 등 실내 금연문화 정착이 우선이어서 실외 흡연구역 문제는 차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외부 간접흡연 문제가 심각한 곳은 직접 관리하고 있는데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설정 등이 그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결국 중앙부처가 금연정책을 총괄하지 않고 지자체에 상당 부분을 위임하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간접흡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분리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길거리로 내몰리는 흡연자들에 의한 간접흡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연구역'을 늘리는 문제 만큼이나 '흡연구역'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 효과적인 흡연구역 운영이 실외 금연문화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미 내·외부 금연구역이 많아졌기 때문에 금연구역을 더이상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흡연부스를 공공장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만들어 놓는 등 분리정책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부스의 경우 설치비용 문제가 있을뿐더러 정확한 수요 조사가 미비해 아직 성공사례가 드물다. 2013년 서울역 앞에 설치한 흡연부스는 잠정폐쇄됐고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던 광진구 건대입구역 앞 흡연부스도 넘쳐나는 흡연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병헌 드림 씨앤에스 부장은 "정화시설을 갖추지 않고 문밖으로 담배 연기가 빠져나가는 흡연부스로는 간접흡연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이러한 기술뿐 아니라 냉방시설 등을 갖추고 흡연자가 흡연부스를 찾는 것이 꺼려지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게 관리해야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3조6000억원 가량 늘어난 세수를 이곳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5명 정도가 쾌적하게 흡연할 수 있는 흡연부스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3000만~400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매년 흡연부스 9만여개를 보급할 수 있다.

하지만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 사용처와 관련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담배소비자협회에서는 흡연부스와 야외 흡연구역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조언했다.

최비오 정책부장은 "성능 좋은 흡연부스 설치와 함께 흡연부스가 쾌적하게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야외 흡연구역을 마련해 흡연자가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좁은 흡연구역이나 관리가 되지 않는 흡연부스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해당 구역 자체가 터부시 되고 혐오시설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보다 흡연구역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그 외의 구역에서 금연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