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제1조건 '대(對)박 경쟁력'

박지원 신임 국민의당 원내대표 27일 오전 경기도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날 국민의당은 박지원 의원을 원내대표, 김성식 당선인을 정책위의장에 합의추대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2016.4.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3당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박지원 원내대표 카드'를 내밀면서 여야 '빅2'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원내대표만 세번째인 박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원내지도부간 협상무대의 무게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각 당 원내대표 후보들마저 '대(對)박' 경쟁력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원내대표가 있기 때문에 나경원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정치9단에 맞설 정공법으로 차별화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에서 친박계(친박근혜계) 실세 최경환 의원과 원내대표 출마를 두고 갈등을 빚은 유기준 의원도 "노련한 야당의 원내대표를 상대로 협상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 인물을 보고 판단해 달라"며 이날 출마 선언을 강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인 민병두 의원 역시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박 원내대표의 맞상대 적임자"를 자처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더민주에서는 박지원 맞춤형 원내대표를 합의추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원내대표 잠재후보인 안민석 의원은 "권도(權道)정치의 대가인 박 원내대표에게 대응할 인물이 여야를 통틀어 많지 않다"며 "필요하면 경륜 있는 분을 합의 추대하는 심각한 수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민주 중도성향 중진모임인 통합행동을 중심으로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송영길 당선자를 당 대표 대신 원내대표로 추대하려는 물밑 움직임도 엿보인다. 통합행동 멤버인 4선의 조정식 의원이 이날 원내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각각 120석 수준의 거대 양당이 38석에 불과한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 등장에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박 원내대표가 4선 이상의 정치력과 협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박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경륜과 리더십이 가장 앞장 선 분"이라며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쥐었다 폈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이미 시동을 걸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야당과 국회에 요청하면 새누리당 소속 의장을 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두고 더민주에 기울었던 무게추를 옮기면서 한꺼번에 청와대와 새누리당, 더민주를 상대로 제3당 입지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당초 국민의당 몫으로 예상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도 '2+α'석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좀더 멀리보면 20대 국회 전반기 원내지도부간 경쟁은 차기 대선구도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여야 3당이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대선을 불과 1년 8개월 앞두고 현 정부의 국정주도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어떤 당이 정책과 입법 주도권을 잡느냐가 대선 판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며 "박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