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호남패배.."호남 기득권화·셀프공천이 최대 원인"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총선 평가 성찰과 대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왼쪽부터 홍종학, 신정훈, 강기정, 김성주 의원,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 이개호 의원. 2016.4.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의 호남지역 19대 현역 국회의원들이 28일 호남 총선 결과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고 호남 장기집권으로 인한 기득권화,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셀프공천 논란 등을 선거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더민주 강기정·김성주·신정훈·이개호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총선 평가 성찰과 대안' 토론회에 참석, 각기 분석한 호남 참패 원인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전남에서 생환한 유일한 현역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가장 중요한 참패 원인을 우리 당의 기득권에서 찾고 싶다"며 "30년동안 쌓아왔던 기득권에 대한 반발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심중에는 우리를 야당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있다"며 "말하자면 일반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보는 시각으로 우리 더민주를 본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사실 우리는 기득권 세력이고, 지금까지 지역 국회의원들은 물론 행정을 담당하는 시장 군수 들도 기득권을 즐기기만 한 것"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호남을 되찾는 게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다는 근거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당내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냈다. "우리당 특정 패권주의라 말하는 그것이 얼마나 강했나. 당하면서도 굉장히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현 지도부도 비판했다. 그는 "셀프공천과 국보위 전력, 전 지도부를 서울에서 만나는 모습 등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김성주 의원은 "전국적으로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 있었지만, 유독 호남지역에서는 호남의 실질적 여당역할을 해온 민주당에 대한 심판 정서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과 오만에 대한 심판도 있었지만 그 기저에는 그걸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무능한 국회, 무기력한 야망에 대한 실망과 심판이 공존했다"며 "그 심판론이 호남에서 (기타 지역과) 다른 선택과 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을 '지역주의 강화'로 해석하고 국민의당을 '호남 자민련'으로 규정하는 것과 관련, 김 의원은 "지역주의는 더 강화되거나 특별히 완화된 면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남에서 당선된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과, 정운천 전 장관을 거론하며 "유권자들은 각자 지역 이익을 위해 투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김 의원은 "호남은 국민의당으로 더민주를 대체했다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와 정당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라며 "지역주의 틀을 가지고 국민의당의 호남 석권을 이해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호남 선거 결과를 특정인 책임론으로 몰고가는 데 반대한다"면서도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대표 모두를 비판했다. 김종인 대표에 대해서는 "셀프공천과 비례대표 공천 혼란, 5공 국보위 논란 때문에 (호남에)올 때마다 공격의 단골 소재가 됐다"고 했다.

문 전대표의 호남 방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서는 "문 대표가 오느냐 마느냐를 두고 벌어진 논란이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했다"며 "저는 김성주대 정동영의 구도를 만들었는데, 문재인과 정동영 구도가 되면서 김성주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역시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은 "이번 선거는 정확하게 필리버스터로 세를 잡을 수 있던 것을 더민주가 놓치고 셀프공천으로 정확히 망한 선거"라고 요약했다. 그는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던) 3월 첫주 호남 지지율이 급등했지만 셀프공천이 있던 3월 4주차를 시점으로 급전직하하고 그것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강 의원은 "호남 전멸을 문재인 친노패권 또는 반문재인 정서, 호남 홀대론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고 본다"며 "셀프공천 문제가 가장 컸는데 반성은 하지 않고 전국 1당이 되니까 호남 패배는 책임없다는 태도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정훈 의원은 "호남을 너무 쉽게 호주머니에서 내다 쓸 수 있는 민심으로 파악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호남홀대론 등을 언급하며 "당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꼽았다.

신 의원은 "이미 민주당에 대한 호남 신뢰는 여기저기서 균열이 가 있었고, 구멍이 숭숭 난 상황에서도 51%의 지지로 100%의 의석을 가지던 좋은 시절은 지났다"고 했다.

국민의당과의 프레임싸움에서 진 것을 선거 과정에서의 패인으로 꼽았다. 그는 "야권이 분열되서는, 국민의당으로는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는 프레임이 더민주로 정권이 교체돼도 호남은 이익볼 게 없다는 프레임에 덮였다"고 분석했다.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그는 정청래 의원과 강기정 의원을 컷오프 하는 과정이 일부에서 시원함을 줄지 모르겠지만 기존 더민주 지도부가 보이던 패권적인 모습을 새 지도부도 보인 것 아니냐"라고 공천 과정을 비판했다.

이어 "셀프공천 과정에서 김종인 지도부에 대한 실망이 고착화 한 것 같다"며 "문재인 지도부든 김종인 지도부든 선거 결과 분석 과정에서 자기성찰이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