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최근 저유가,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 없어"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저유가 상황과 관련해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통상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국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저유가 상황이 과거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은행은 2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의 유가 하락은 공급 과잉뿐만 아니라 수요측 요인도 상당부분 기인한 결과"라며 "저유가에 따른 대외수요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Inflation Report)에 따르면 최근 유가 하락 원인 중 수요요인이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은 "1980년대 중반에는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 수요가 우호적인 가운데 원유공급 증대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경기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반면 2008년과 최근에는 유가 하락이 수요측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함에 따라 저유가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 하락의 원인이 복합적일 경우에는 저유가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저유가가 장기화됨에 따라 산유국의 경제 및 금융 불안, 에너지 관련 기업의 투자부진 등이 세계경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에너지 부문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은 유럽계 은행들의 투자손실이 확대되면서 은행의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러한 리스크는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키는 한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면서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2014년 6월 배럴당 110달러대였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15년 중 5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배럴당 27달러까지 떨어졌다. 다만 1월 말부터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35.2달러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국제유가가 점진적인 상승 흐름을 나타낼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완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흐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의 완만한 상승은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소비 및 투자심리 회복, 수출 회복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