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혜택 좋긴한데..." 역세권 청년주택 '셈법' 분주

서울시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정책에 대해 시행사, 대기업, 건물주 등 각 이해 관계자들이 셈법 계산에 분주하다. 용적률 상향이라는 큰 혜택이 주어지는 대신 임대주택의 일정 부분을 시가 직접 관리하면서 빚어질 수 있는 우려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역세권에 그룹 차원의 부지를 보유 중인 A기업은 2030 청년주택 건립 여부를 검토 중이다.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A기업은 시간을 두고 일반 임대주택이 아닌 2030 청년주택을 지었을 때의 득실을 면밀하게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다른 대기업들은 조금 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룹 차원에서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B그룹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역세권에 땅이 없어서 새롭게 매입해야 하는데 이번 정책으로 땅 주인들이 땅값을 올릴 것 같다"며 "아직은 정책 발표 이후 초기 단계라 당분간은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용적률 상향 예시 /사진제공=서울시

은행 지점 부지에 2~3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짓기로 한 C금융은 "1~2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역세권 땅이 있다"며 "다만 이미 국토교통부와 업무협약을 맺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전 계열사의 부동산 자산 활용을 위해 테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 D금융은 "여러 차원에서 두루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일부 기업들이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는 용적률 혜택, 인허가 간소화 등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관리 운영상의 우려 때문이다. 규제 완화 대신에 건물주들은 전체 가구의 10~25%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 가구의 소유주는 서울시로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시세의 60~80% 가격으로 제공된다.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똑같은 집인데 임대료와 관리비 등의 차이가 생긴다"며 "서울시가 앞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관리비까지 저렴하게 요구하면 운영상의 어려움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행사들은 "관심이 높다"면서도 땅 매입 부담 때문에 주저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적인 시행사 중의 한 곳인 D기업은 "관심이 있는데 땅 주인들이 땅을 비싸게 팔 것 같다"며 "임대주택사업의 수익률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사업성을 따지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별 토지 및 건물주들의 관심은 높았다. 지난달 26일 박원순 시장이 직접 참여한 서울시청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건물주 등의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SH공사 관계자는 "소유 땅이 청년 주택 개발 정책에 포함되는지와 실제로 개발했을 때의 예상 수익률에 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2030 청년주택 정책이 토지주를 대상으로 용적률 상향 등의 규제 완화를 해주는 대신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최상의 정책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건축사 겸 시행사 한 대표는 "개별적으로 접촉한 건물주들은 나이도 있고 복잡한 것이 싫다며 그냥 땅을 팔고 싶어 했다"며 "건물주들이 실제 얼마나 직접 참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땅값이 너무 올라 시행사들도 뛰어들기 힘들면 참여 주체들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