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측 "박원순 아들 병역의혹 제기, 명예훼손 아냐" 주장

강용석 변호사(47)/사진=이기범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60)이 아들 주신씨의 병역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변호사(47)에 대해 2억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데 대해 강 변호사 측 대리인이 "의혹제기에 불과할 뿐 명예훼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오선희) 심리로 29일 열린 1차 변론기일에서 강 변호사 측 대리인은 "당시 강 변호사는 '병역비리를 저질렀다면 박 시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단정적이지 않고 가정적인 표현을 썼다"며 "통상적인 의혹제기일 뿐 허위를 적시한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신씨의 병역 의혹은 국민적 관심사로 공익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혹 해소를 위해 주신씨가 실제로 공개신검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입증을 위해 당사자인 주신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박 시장 측 대리인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주신씨에 대한 병역의혹은 허위라는 사실이 이미 명확하게 확인됐다"며 "당시 재판부에서 배척한 주장을 반복하고 주신씨를 또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은 언론 노출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강 변호사의 블로그에 나타난 주신씨에 대한 공격적 발언 등 정황에 비춰볼 때 공직자의 자질 검증을 위한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변호사가 2012년부터 4년에 걸쳐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주신씨에 대한 허위의 병역의혹을 제기했고 이로 인해 박 시장이 입은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공직자에 대해 부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다"며 "다만 그 의혹이 허위일 경우 상대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공익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에 의혹제기를 무제한 허용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강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이 허위가 아니라 진실로 믿을만한 상당성이 얼마나 있었느냐다. 이같은 민사사건의 경우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그 진실의 상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강 변호사 측은 증인 신청 및 증거 제출을 통해 이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기일은 6월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앞서 강 변호사는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이던 2012년, 그 전 해 12월 추간판탈출증을 이휴로 병무청에서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은 주신씨에 대해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의원직을 걸고 공개 신체검사를 제안했다가 이듬해 2월 공개 신체검사 결과가 의혹과 다르게 나오자 사퇴했다.

이후 양승오 박사(58) 등이 지난해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글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되자 이들의 변호인으로 나섰다. 이 재판에서 양 박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 등 6명도 각 벌금 700만~150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