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건 사장, 삼성전자 DS부문 '사장급 보좌역'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가 전격 교체됐다. 권오현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기존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삼성전자 DS(부품) 부문의 '사장급 보좌역'으로 옮긴다.


이번 문책성 인사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재합병 가능성 등 삼성 부품사업의 전략 변화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기존 박동건 사장은 삼성전자 DS 부문으로 복귀하는 인사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DS 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이 이번 인사로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까지 추가로 겸직하게 되면서 부품 양대 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급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긴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박 사장은 DS 부문에서 사업부장 등 별도의 보직 없이 사장급 보좌역을 맡는다. 보좌역은 말 그대로 CEO(최고경영자)를 보좌해 사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돕는 자리로 상설 보직은 아니고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는 자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박 사장의 역할에 대해 "권 부회장을 보좌해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부품 사업의 핵심인 설비와 제조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정기 인사 때가 아닌 1분기 실적발표 후 갑작스레 교체됐다는 점에서 경질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이 나빠졌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 2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에서 적어도 3000억~40000억원의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LCD에서만 7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LCD 시장에서 세계 1위 LG디스플레이와 추격자인 중국업체들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대형 올레드 패널 개발에서도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부품 사업구조를 새로 짜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합병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내놓는다. 권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까지 맡도록 한 이번 인사 역시 합병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CD에서 올레드로 주력사업을 전환할 수밖에 없고 결국 삼성전자와 다시 합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당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합쳐져 2012년 설립됐다.

다만 분사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또 다시 합병한다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삼성디스플레이 고위관계자는 이날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한바 없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