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 ISA 인력 빼가기 확산 조짐

최근 금융사들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판매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증권사 인력 빼가기가 확산될 조짐이다. 은행들이 투자일임형 ISA와 관련해 증권사 자산운용 인력을 대거 영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임형 ISA를 출시한 KB국민, 신한, 우리, IBK기업, NH농협 등에 이어 일임형 ISA 출시를 준비 중인 KEB하나 등 대형 은행들이 증권사 자산운용인력 영입에 나섰다.


이와 관련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이미 은행으로 이직하거나 이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입 대상은 증권사의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운용인력들이다. 은행들은 일임업 라이센스를 취득하면 ISA에 한해 증권사처럼 일임형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물밑으로 증권사 전문 운용인력에 대한 전방위 영입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상당수 직원들에게 무작위로 영입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은행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회사 측에서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은행권이 증권사 인력 영입에 나선 것은 일임형 ISA의 자산운용 능력 제고의 일환이다. 업계에선 일임형 ISA가 금융사의 운용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보고 있다. 고객이 직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신탁형 ISA와 달리 금융사에 투자를 일임하기 때문이다. ISA가 주식이나 채권을 직접 계좌에 담을 수 없는 반면 주식형 등 펀드는 계좌에 담을 수 있어 펀드 운용인력이 영입 1순위라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권은 일임업이 고유업무인 증권사와 달리 지난 3월 출시된 ISA에 한해 일임업이 허용되면서 운용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은행권의 자체 인력이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일정 기간 업무 경험을 쌓아야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전문 운용인력 확충도 어렵다. 현재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 소지자는 은행권이 300명 수준에 불과한 반면 증권사는 9000명 수준에 달한다.

일각에선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옛 KDB대우증권)에 이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등 M&A(인수·합병)와 맞물려 은행의 증권사 운용인력 영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합병 증권사의 조직과 인력 정비 과정에서 인력 이직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은행들의 인력 영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증권사에서 최소 2~3년 간 투자한 핵심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건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의도적인 증권사 인력 빼가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수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