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취업제한, 10년 아닌 종신까지 하면 안 되나요"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 개선 공청회가 열렸다. 2016.04.29© News1

"일본이었으면 고려대 성추행 의대생이 다른 의대에 입학했다는 논란이 생기지 않습니다. 성범죄자는 의사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취업제한을 10년이 아니라 영원히 못 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29일 열린 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나온 지적이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게 10년간 취업을 제한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여성가족부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당시 헌재는 성범죄 전력만으로는 그가 장래에 같은 유형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이라고 당연시하는 법조항은 재범 위험성이 없는 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자에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으로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공청회 전날 28일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일괄적으로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법조항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와 관련, 고의수 여가부 아동청소년보호과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취업제한 기간을 법원의 선고 형량에 따라 3년 초과 징역·금고 선고 시 10년, 3년 이하 징역·금고 선고 시 5년, 벌금형 선고 시 2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안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최대 취업제한 기간을 10년이 아닌 종신까지 두고 범죄의 경중에 따라 차등 적용하자는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에 의료인뿐 아니라 다른 직군까지도 포함할 것을 제시했다.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만 제한기간을 최대 종신까지 두고 그 범위 내에서 범죄의 경중에 따라 기간을 차등화하고, 이를 의료인뿐 아니라 모든 성범죄자에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식 동국대학교 교수는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하지만, 의사가 진료 중에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며 "성범죄자는 의료인을 못하도록 하고 제한직업군을 물리치료사, 간호조무사 등 환자와 접촉하는 모든 직업군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제한 기간을 법관이 결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법관마다 취업제한에 대한 기준이 달라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는 선고형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을 결정하는 것이 차선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는 또 아청법뿐 아니라 의료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교수는 일본 의사법과 한국의 의료법을 비교하며 "일본은 성범죄가 의료인의 결격사유인데 국내 의료법에는 성범죄가 포함되지 않아 고려대 성추행 의대생 같은 논란이 발생한다"며 "면허취소나 면허 재교부에 있어서도 일본에 비해 엄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소속 이정은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은 "의협도 성범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진료를 보지 않는 의료인이나, 정식재판을 받지 않고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받은 의료인까지 취업제한 10년을 적용받는 것은 심각한 직업의 자율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여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모아 법률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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