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수은 5000억 출자 속도 낸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수출입은행(수은) 출자에 속도를 낸다. '법인세 폭탄'으로 난관에 부딪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 대신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주식으로라도 출자를 이른 시일 내에 마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일 "산은이 수은에 5000억원을 출자하는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라며 "LH 주식 외에 다른 주식도 현물 출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고 출자로 세금이 발생한다면 산은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은은 수은에 5000억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지난해 합의했다. 하지만 산은이 출자하려던 LH 주식 가치가 장부가보다 올라 차익에 약 500억원의 법인세 부담이 발생하며 출자 작업이 정체된 상태다. 산은은 다른 기관을 지원하는데 5000억원을 쓰면서 500억원의 세금까지 부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산은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주식을 대상으로 법인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출자 수단을 검토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상장, 비상장을 가리지 않고 현물출자할만한 주식을 찾고 있다"며 "복수의 주식으로 출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당초 LH 주식을 현물출자 재원으로 생각한 것은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수은에 LH 주식 1조원 어치를 출자한 만큼 같은 주식으로 현물출자하면 회계처리 등 실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어서였다.

수은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지난 1분기말 9.89%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이자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인10% 밑으로 떨어져 늦어도 다음달 중으론 산은의 출자를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5000억원의 자본이 수혈되면 수은의 BIS 비율을 0.4%포인트 올라간다. 일단 산은의 출자만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정부가 본격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은행(이하 한은)에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을 요청한 상황이라 이미 예정됐던 산은의 수은 출자는 선행돼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정부, 한은, 산은, 수은 등은 이번주부터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다. 현행법상 한은은 수은에 출자할 수 있으나 산은에는 출자할 수 없어 한은이 산은에 출자하려면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산은의 자본확충 방안 중 하나인 산은의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조건부 후순위채 발행의 경우 한은이 시장에서 이를 인수하는 방안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로 가능하다. 반면 산은의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을 한은이 총액인수하는 방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