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모닝 '경차 치킨게임' 계속‥가전업체만 어부지리?

한국GM 신형 경차 '더 넥스트 스파크'/사진제공=한국GM

국내 경차 맞수인 스파크(한국GM 쉐보레)와 모닝(기아차 (116,600원 ▲400 +0.34%))이 차값의 5~6분의 1에 육박하는 사은품 공세를 퍼부으며 혈전을 벌이는 가운데, 정작 최후 승자는 가전업체들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1일 한국GM은 5월 중 스파크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100만원의 할인이나 230만원 상당의 LG 프리스타일 냉장고 중 한 가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스파크의 가격이 1015만~1500만원이라는 점을 볼 때 차값의 5~6분의 1 가격에 달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는 모닝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모닝 구입 고객에게 △100만원 할인이나 200여만원 상당의 무풍 에어컨 중 하나를 판매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100만원 현금 할인도 스파크의 2월 판매조건을 의식해 맞불을 놓은 것으로 모닝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매달 서로 장군멍군식의 경품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결국 그만큼 '1위 쟁탈전'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경차 소비자들은 주로 가격에 민감해 경품 효과가 즉시 반영되는 편이다.

스파크는 지난해 8월 신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8년 만에 모닝을 제치고 경차 1위 탈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모닝이 김치냉장고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며 지난해 9월 재역전, 올 1월까지 계속 승기를 잡았다.


그러다 또다시 스파크가 '100만원 할인' 마케팅을 들고 나와 올 2~3월 다시 1위를 빼앗으며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다. 지난 3월 스파크는 9175대를 팔아 모닝과의 격차를 2월 125대에서 1960대로 늘렸다.

4월 두 모델의 공식 판매 실적은 오는 2일 발표된다. 아직 5월 판매 조건을 발표하지 않은 기아차는 이 발표를 지켜본 뒤 히든카드를 추가할 수도 있다는 전언이다.

1000만원 초중반의 경차는 다른 세그먼트에 비해 마진이 거의 안 남지만 이번 경쟁은 시장 주도권을 유지키 위한 자존심 싸움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게다가 올 초 취임한 제임스 김 사장도 공격적인 마케팅 성향으로 경차 명가 굳히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 의지를 드러내듯 김 사장의 부인도 직접 스파크를 몰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아차 '더 뉴 모닝'/사진제공=기아차

그런데 업계에선 이 과정에서 결국 어부지리를 얻는 건 가전업체들이라는 씁쓸한 얘기도 돈다. 한국GM은 전기차 '볼트' 등에서 협력하는 LG전자 (90,600원 ▼1,600 -1.74%)의 제품을 경품으로 내놓고 있으며, 기아차는 김치냉장고와 에어컨 모두 광주공장 이웃인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제품을 쓰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B2B(기업 대 기업간 거래)이기 때문에 표기된 가격에 비해선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박리다매로 사들일 것"이라면서도 "가전업체 입장에선 한 달에 수천 대 이상의 매출을 손쉽게 늘릴 수 있는 기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경차 치킨게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모닝의 3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선보일 때쯤에야 경쟁 과열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닝 신차가 나오면 아무래도 가격보다는 제품 성능 경쟁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