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막 내린 주파수 경매, 거품 빠진 이유

사상 최대규모의 주파수가 매물로 나온 '2016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이틀도 안돼 종료됐다. 유찰된 블록이 나왔고, 한 곳만 제외하면 모두 최저가에 낙찰됐다. 예상 밖의 결과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일차 주파수경매에서 최종 낙찰자가 결정돼 경매가 종료됐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경매는 지난달 29일 1일차에서 총 7라운드를 진행했다. 이어 2일 8라운드가 종료되면서 경매절차가 마무리됐다.


경매규칙에 따라, 주파수할당 대상인 5개 블록 모두 2개 라운드 연속으로 입찰자가 없으면 경매를 종료하는데 7라운드부터 입찰자가 없었다. 사실상 주파수 경매 첫날 결론이 나온 셈이다.

지난 두 차례의 경매 때와 달리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출혈 경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매출성장세가 꺾인데다 향후 실적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주파수 경매 및 이에 따른 설비투자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출혈경쟁을 펼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

/사진제공= 미래창조과학부

이번 경매에는 총 △700㎒대역 40㎒폭(A블록) △1.8㎓대역 20㎒폭(B블록) △2.1㎓대역 20㎒폭(C블록) △2.6㎓대역 40㎒폭(D블록) 및 20㎒폭(E블록) 주파수가 매물로 나왔다.


앞서 통신 전문가들은 C블록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3사 모두 낙찰만 받으면 곧바로 광대역 LTE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C블록은 최저가에 LG유플러스 (9,750원 ▼30 -0.31%)의 품에 안겼다.

이는 미래부가 SK텔레콤 (51,000원 ▼100 -0.20%)과 KT (34,100원 ▼550 -1.59%)가 기존에 각각 보유한 같은 대역 주파수의 재할당 대가를 이번 경매가와 연동해 책정하기로 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블록 입찰가격이 커질수록 SK텔레콤과 KT의 전체 주파수 비용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구조였던 셈이다. 결국 두 회사는 LG유플러스에 이 대역을 양보하고 다른 대역으로 눈을 돌렸다.

D블록 역시 경매 시작가인 6553억원에서 하루만에 9500억원으로 경매가가 껑충 뛰었지만 그 선에서 경쟁이 멈췄다. D블록은 SK텔레콤이 차지했다. KT가 경쟁에 부담을 느껴 중도 하차한 것으로 보인다.

한 때 '황금주파수'였던 700㎒ 대역에 위치한 A블록은 유찰됐다. 주파수 경매 시작가인 최저입찰가격 역시 7620억원으로 가장 높았지만 결국 이동통신3사 모두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국가재난망과 UHD 방송용 주파수를 700㎒에 함께 배정하면서 주파수 효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화된 망구축 의무화 비율 역시 통신사업자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는 원인이 됐다. 경매에 나온 주파수 중 광대역, 혹은 광대역화가 가능한 주파수를 할당받은 기업은 1년 내 1만5900개(15%), 4년 내 6만8900개(65%)의 기지국을 세워야 한다. 이는 기존 망구축 의무 비율(5년내 30%)보다 엄격한 조건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경매에 나온 주파수 블록 가운데 상당수는 기존 기지국을 활용할 수 있지만 망구축 의무화가 강화되면서 통신사들이 이중부담을 질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며 "이번 경매가 치열하지 않았던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편 A블록 유찰로 인해 이번 경매 낙찰 총액은 2조1106억원이다. 이는 경매 최저경쟁가격의 총합인 2조5779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하반기 예정된 중장기 주파수 공급계획(K-ICT 스펙트럼 플랜)에 유찰된 A블록을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