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1Q 실적 파티의 끝은 '차익실현'

코스피 지수가 또 박스권 상단을 찍고 흘러내렸다. 약 2개월에 이르는 짧은 안도랠리 기간 시장을 이끌었던 대장주들은 차익실현 매물에 큰 폭으로 밀렸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6포인트(0.80%) 하락한 1978.15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37억원, 1770억원 순매도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일본 증시도 엔고에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11% 내린 1만6147.38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개월간 주가가 오른 철강·화학·정유 등 경기민감 섹터에 대한 경계심리가 높아졌다"며 "국내 증시에서 소재·산업재 등을 사던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는 3월 중순을 고점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개월간 이어진 안도랠리의 대장주 역할을 했던 POSCO (390,000원 ▲19,000 +5.12%)는 이날 4.99% 급락했고 현대제철 (32,050원 ▲1,400 +4.57%)도 3%대 낙폭을 기록했다. 신한지주 (41,900원 ▲1,350 +3.33%)가 3%,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이 5% 넘게 빠지는 등 경기민감주가 크게 밀렸다.


◇1Q 실적시즌 파티, 벌써 끝?=지난달 삼성전자·현대차를 비롯한 코스피 주요 업종 대표주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며 실적 시즌은 이제 중반을 통과하고 있다. 이번 실적 시즌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깜짝 실적을 발표한 곳이 많았다.

특히 유가 안정에 따른 소재·산업재 업종의 턴어라운드를 비롯해 은행 섹터의 깜짝 실적이 두드러졌다. 화학 업종에서는 대한유화와 롯데케미칼이 강한 이익 체력을 과시했고 POSCO와 두산이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유 섹터는 SK이노베이션과 S-oil이 축배를 들 만한 성과를 드러냈다.

금융 업종에서는 우리은행이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하나금융지주, KB금융이 이에 동참했다. 건설 업종에서도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산업이 양호한 실적을 드러냈다.

다만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실적은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전자는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실적 부진 그림자에 가렸다.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15% 감소하며 부진한 성적을 공개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제 중소형주 및 코스닥 기업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시장은 종목별 수익률 게임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2분기 화장품을 비롯한 고 밸류에이션 업종의 반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강세를 보였던 소재·산업재 업종은 조정을 보일 것"이라며 "올 들어 주가 조정폭이 컸던 바이오·화장품 중에서 중소형 성장주가 바톤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도랠리, 일본에서 깨졌다=이날 엔화가 18개월래 최고치로 올라서면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11% 급락했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안도랠리는 이날 일본 증시 급락으로 끝나는 분위기"라며 "일본 증시 하락이 한국 증시에도 조정의 빌미를 줬다"고 해석했다.

다만 엔고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진행된 일본의 양적완화로 한국 시장에 유입된 일본계 외국인 자금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이들 물량이 향후 출회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장기적이고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당장 국내 증시에 파급력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