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건설경기 위축에 떠는 연기금…투자기업 손실여파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인한 투자손실 여파가 금융권과 연기금 등으로 번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ICC는 중국 건설기계 시장 업황 악화 등 영향으로 지난해 순손실 3199억원을 기록했다. 한 때 2조원을 넘었던 매출액은 4000억원을 밑돈 것으로 예상된다. DICC는 자구책으로 지난해 생산라인 감축을 통해 굴삭기 등 건설기계 생산능력을 연 1만5200대로 전년대비 절반가량 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은 19.8%로 전년(20.2%)보다 더 떨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회사인 DICC의 기업가치 하락에 따라 지난해에만 DICC 지분 80%에 대해 1032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 장부가액을 2583억원에서 1551억원으로 낮췄다.

문제는 DICC의 기업가치 하락이 두산인프라코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주요 금융권과 연기금, 공제회 등으로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PE, IMM프라이빗에쿼티, 하나금융투자PE 등 FI는 2011년 4월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매입했다. 3곳의 GP(PEF 운용사, 무한책임사원)는 각각 국민연금 등 LP(유한책임출자자)가 출자한 펀드에서 2500억원, 또 금융권에서 조달한 13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지분 20%를 3800억원에 매각한 만큼 당시 DICC의 전체 기업가치를 1조9000억원가량으로 평가한 셈이다. 다만 DICC 지난해 매출액이 2011년의 5분의1가량으로 줄었고 대규모 손실까지 기록하고 있어, 시장에선 DICC 전체 기업가치가 현재 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FI가 투자할 당시인 2011년은 DICC가 고속 성장을 이어가면서 매출액이 2조원을 돌파한 데다 한 해 순이익만 1452억원에 달하는 등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하지만 2011년 하반기부터 중국 건설기계 시장의 성장이 주춤하면서 2011년 고점을 찍은 DICC 실적은 2012년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IPO(기업공개)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FI들은 자금회수(엑시트)에 실패했다.

FI들은 DICC 지분 20% 인수 당시 맺었던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 조항을 이용해 지난해 DICC 매각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결국 FI에 인수금융을 제공한 대주단(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권)은 지난달 27일 인수금융 만기 연장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졌다.

3곳의 FI는 DICC 지분 투자 당시 IPO나 매각 등을 통해 엑시트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합의를 두산인프라코어가 어겼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측은 IPO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약 내용이 있을 뿐, 투자 손실을 보전해줄 의무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법원에서 FI의 손을 들어줄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투자원금 3800억원과 15%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건전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액이다. 반대로 FI측이 패소할 경우 국민연금을 비롯한 LP와 인수금융을 제공한 대주단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DICC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두산인프라코어와 지분 투자에 나선 FI, 인수 당시 자금을 댄 LP와 대주단 모두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