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체제' 운명의날 D-1…'전대 연기' 우세 속 강력저항도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를 조속히 개최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한다"고 밝힌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5.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논하기 위한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당의 뜨거운 감자였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연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지만, 논란이 깔끔하게 일단락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2일 더민주에 따르면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는 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비대위 회의 테이블에 올랐던 '전당대회 연기론'에 대한 당의 총의를 모으기 위한 자리다. 당초 전당대회는 6~7월로 거론돼왔지만, 계파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연말 및 내년초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석회의에서는 격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당의 4선 이상 중진들이 모여 전당대회 연기론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민석 의원(4선)에 따르면 찬성과 반대가 '반·반'으로 팽팽했다.

찬반이 갈리는 지점은 당헌에 있다. 전당대회 연기를 찬성하는 측은 당헌의 '2016년 총선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의원대회에서 당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대목을 강조한다. '언제' 전당대회를 개최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기 때문에 연말 혹은 내년초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구성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반면 전당대회 연기 반대파는 지난해 7월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던 혁신안에 '총선 직후 새로운 지도부를 개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당헌 규정과 전례에 비춰 보면 (총선 후) 90일을 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유추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당대회 연기론 논쟁의 이면에는 김종인 대표의 역할론도 존재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연기된다는 것은 김종인 체제가 더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김 대표가 대선 정국 직전까지 계파갈등을 억제한 채 당을 끌고 가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보는 이들은 전당대회 연기론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김 대표의 '셀프공천' 등 실수가 오히려 호남대패 등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보는 인사들은 비대위 체제를 빨리 종결시키고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당대회 연기론이 조금 더 우세하다는 평가다. 주류, 비주류 가릴 것 없이 김종인 체제의 지속이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주류는 김 대표를 앞세운 채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한 대선 정국에 대비할 수 있고, 비주류 역시 김 대표로부터 중용받으며 힘을 키우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당대회 연기론은 친노·주류 진영에서 먼저 불거졌고, 비주류 위주인 비대위원 대다수의 찬성을 받고 있다. 비대위원 8명 중 전당대회 연기를 반대하는 인사는 김현미·김영춘 당선인 정도다. 일부 비대위원은 전당대회 연기가 확정되면 비대위원직을 던질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연석회의가 현재 분위기 대로 전당대회 연기론의 우세 속에서 끝난다고 해도 문제가 완벽하게 매듭지어질 가능성은 낮다. 당헌당규상 법적 의결기구는 대의원대회와 중앙위원회뿐이기 때문에 연석회의를 통해 전당대회 날짜를 잡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이 중앙위 개최를 요구하며 이슈를 끌고갈 가능성도 큰 셈이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당헌의 경우 유권해석에 이견이 있을 경우 그 결정이 중앙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중앙위 개최에 대한 요구가 강력하게 제기되는 것도 가능하다.

연석회의에서 이슈가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추미애·송영길 당선인 등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인사들이 전당대회 연기 반대파의 선두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무계파 중진들도 반대파인 만큼 설득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극심한 반대로 전당대회의 6~7월 조기개최가 결정될 경우 김종인 체제는 시한부를 맞이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끈 김 대표가 불명예 퇴진하는 모양새가 형성되며 논란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 한 당선인은 "김 대표를 토사구팽하는 모양새만은 막아야 한다. 김 대표의 공을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충안으로 8~9월 전당대회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절충안은 지난 중진 회동 때 첨예한 의견대립을 봉합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기됐던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8~9월 전당대회론이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지는 않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