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디지파이, 이란 차세대 인터넷시대 개막 신호탄

국내 기술 벤처기업인 디지파이코리아가 이란의 국가통신망에 위성통신기술과 장비를 공급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 나라의 국가통신망으로 차세대 위성통신망이 채택된 것은 사실상 '차세대 정보통신망 상용화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이는 일개 기술 벤처기업이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정보통신 강국인 우리나라 기술 저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차세대 정보통신 사업인 저궤도 위성 정보통신 사업의 개막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디지파이코리아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이란 민간통신사업자인 인터내셔널 커뮤니케이션 컴퍼니(International Communication Company, 이하 'ICCO')와 75억 달러의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과 장비 공급을 위한 기술도입계약(MOA)를 체결했다.

◇디지파이코리아 "전 세계 차세대 인터넷 시대 개막"

광섬유 케이블이 초고속 정보통신 시대를 개막했듯이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차세대 정보통신 시대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초고속 와이파이 인터넷 혜택을 주겠다는 도전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스페이스엑스(SpaceX) 등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차세대 위성통신 사업 성패의 관건은 안테나에 있다. 20~30GHz 대인 Ka밴드 대의 주파수를 이용하는 위성통신과 2.4GHz대 주파수를 이용하는 와이파이(Wi-Fi) 주파수 간의 이역을 위한 중계장치(트랜스폰더) 칩의 개발 기술이 관건이다. WiFi 주파수의 단점인 '와이파이 핫스팟 범위를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는 것과 '이동성(Mobility)을어떻게 지원하느냐'는 문제도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 개발의 핵심 과제다.

트랜스폰더 칩 개발에 있어서는 전 세계 기술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기업인 카이메타(Kymeta)나 프랑스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은 이미 위성 디모듈레이터 칩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반면 와이파이 핫스팟의 범위(Coverage)와 이동성(Mobility)에 이르러서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알려진 기술은 반경 1마일(2.4km)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가 핫스팟에서 다른 핫스팟으로 넘어갈 경우 와이파이의 특성상 이전 핫스팟 안테나 접속을 종료하고 새로운 핫스팟 안테나에 새로 접속하는 통신 단절 현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파이코리아는 'DiGiFi SC 위성통신 안테나 칩'을 통해 핫스팟 커버리지의 한계와 이동성 문제를 해결했다. 이 칩은 반경 2마일까지 속도 저하 없이 안정적인 무선 인터넷 송수신을 지원한다. 와이파이 주파수 늘림 현상 방식을 통해 사용자의 핫스팟 위치 이전에 따른 이동성을 지원한다.

디지파이코리아는 2014년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뉴욕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시연에서 이미 3개의 DiGiFi 위성안테나를 활용해 이동성(Mobility)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들로부터 미래 통신수단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는 찬사와 인증을 받았다.

한만기 디지파이코리아 대표는 "이번 이란 ICCO와의 MOA 체결은 단순하게 이란에 정보통신 장비를 수출하는 것 이상으로 '차세대 저궤도 위성통신의 상업화 시대를 개막한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디지파이 네트워크 구축 급물살

이번 계약 체결로 인해 디지파이코리아의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 진출에도 급 물살을 탈 전망이다.

회사는 2014년 6월 미국 국토안보부와 재난통신망 구축에 참여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바 있다. 지난해 9월 UAE의 메나앱스(MENA Apps)와 정보통신 상용망 구축을 위해 2억 달러 규모의 DSS 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MOA를 체결했으며, 같은해 12월 일본 ORAC사와 일본에 저궤도 위성통신 운영사업을 위해 합작법인인 디지파이재팬(DiGiFi Japan) 설립과 200억원의 라이선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디지파이코리아는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의 20여개 국가들과 저궤도 위성통신 상용망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특성상 광케이블로 초고속 인터넷 망을 구축하고 있는 정보통신 선진국에서 보다는 도서, 산간, 사막이 산재해 있는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잠재적 수요가 더 크다.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전 세계인구 중 60% 이상을 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되기에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이들 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보통신 저개발 국가들이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의 현실성을 인정하면서도 도입을 서두르지 못했던 이유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있었다.

디지파이코리아가 지난 2014년부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지역 국가들을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20여개국과 MOU를 체결했음에도 사업을 구체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던 데에는 정보통신 시장이 아직까지 Ka대역과 와이파이를 활용해 상용망을 구축한 선례와 성공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디지파이코리아의 이번 이란 상용망 구축에 관한 MOA 체결은 상징성을 지닌다. 이를 통해 향후 전 세계 정보통신망은 광케이블에서 저궤도 위성통신으로 진화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중동지역 내 정보통신 선진국 입지 선점 기대

저궤도 위성통신망 사업자의 출현은 이란 정보통신 시장의 변화와 주변 중동지역의 정보통신 시장 변화를 주도할 전망이다.

이란의 정보통신 시장은 중동지역에서도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이다. 현재 8000만 명의 인구 가운데 3000만 명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인터넷 보급률이 53%로 주변 중동국가의 평균 보급률을 상회한다.

이란은 최대 통신 사업자인 이란국영의 TCI(MS 70%)를 비롯해 다국적기업인 MTN Irancell(MS 28%), Taliya(MS 1%), RighTel과 중국계 통신사업자인 Huawei가 20억 달러 수준의 정보통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TCI와 MTN Irancell이 2014년 3G·4G 서비스를 도입한 이래 모바일 가입자 수가 최근 3년 동안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30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0%이상을 차지한다는 점과 문맹률이 20% 미만으로 잠재적 인터넷 정보통신 이용자 기반을 견고하게 갖추고 있다는 이란의 지역적 특성이 크게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