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사업發' 대학 구조조정 시작…약 4500명, 공학계열로 '재배치'

백성기 프라임평가위원장 겸 사업관리위원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산업 연계 교육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PRIME 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대학가 최고 화두인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 사업' 지원 대상이 총 21개 대학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당장 2017학년도부터 대학가 구조조정이 현실화 할 전망이다.


◇인문·자연·예체능서 감축된 4429명, 공학계열로 이동
프라임 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춰 각 대학이 기존의 인문·사회 계열 및 예체능 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사업이다. 학과 구조조정 및 정원 감축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그동안 논란이 컸다.

3일 교육부가 발표한 '프라임 사업 선정결과' 내용에 따르면 21개 대학 정원 이동 규모는 총 5351명이다. 이는 전체 입학정원(4만8805명)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분야별 감축인원은 △인문사회 2500명 △자연과학 1150명 △예술 779명이다. 총 4429명의 정원이 감축되는데 그대로 공학분야로 이동하게 된다.

교육부는 지난달 2017학년도 대학 입시 요강을 발표했지만, 이번에 프라임 사업에 확정된 21개 대학에 대해서는 5월 말까지 '변경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내년에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분야별 정원 조정 규모/자료제공=교육부

◇각 대학 공과대 재편…키워드는 '융복합·의료'
그렇다면 각 대학 공과대는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까. 이날 확정된 21개 대학 대부분은 ICT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에 중점을 뒀다.

건국대는 스마트ICT융합공학과 등 8개 학과의 신설 및 증원을 추진하고, 동의대는 기계공학 분야 융복합에 주력해 기계자동차로봇부품공학부 등 6개 학부를 신설한다. 한양대(에리카)도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등 단과대를 신설한다.

의료분야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프라임사업 대형 부문에 선정된 9개교 중 순천향대, 인제대, 건국대 등이 의생명 분야에 집중할 뜻을 밝혔고 소형 부문에서도 성신여대, 이화여대, 건양대 등이 바이오 인력 육성에 손을 들었다.

성별로 보면 여성 공학인력도 확 늘어난다. 21개교 중 수도권 대학은 5곳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3곳이 여대다.

이화여대는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소프트웨어학부 등 10개 학과(부)와 전공이 신설된다. 이를 위해 193명의 정원이 이동한다.

숙명여대는 ICT융합공학부(IT공학 전공/전자공학 전공/응용물리 전공), 소프트웨어학부 등이 신설되며 이동 정원 규모는 250명이다.

◇'학내 반발' 대학, 무더기 탈락…사후 관리 '숙제'
학내 반발로 갈등을 겪었던 경희대·국민대·인하대·중앙대·홍익대는 결국 고배를 마셨다.

프라임 사업 심사 항목 중 '대학 구성원간 합의(3점)'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게 전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률이 치열했던 만큼 0.1점으로 당락이 결정됐다는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다만 교육부는 정성평가로 진행돼 논란을 불렀던 '구성원간 합의' 항목에 대해서는 "최대한 공정하고 꼼꼼하게 심사했다"고 일축했다.

구성원간 회의 내용, 관련 내부 규정을 서면으로 전부 제출하도록 했고, 2단계 대면평가를 통해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폐쇄 및 축소학과에 대해서 어떤 대책을 마련해놨는지, 해당 교수들 사이에 합의가 있었는지도 점수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구성원간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이 끝까지 추적해 과연 이것이 진정 합의가 이뤄진 것인지 파악하려 노력했다"면서 "교수협의회나 대학평의회 인사들을 불러 질의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사장이 참석한 대학도 있다"고 말했다.

프라임 사업 지원 예산은 연간 2012억원이다. 향후 3년간 약 60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교육부는 '사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백성기 프라임사업 선정평가위원장 겸 사업관리위원장이 "재정지원이 종료되는 2018년 이후에도 향후 5년간 사후 성과관리에 들어간다"면서 "매년 연차평가를 통해 예산을 남용하거나 운영이 부실할 경우 사업을 지원하고 지원금을 환수하는 등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탈락'한 대학에 대한 수습 역시 교육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탈락한 대학들 역시 '학과 구조조정안'을 학내 의결기구에서 통과시켜 제출했기 때문이다.

프라임 사업에서 탈락한 서울 사립대의 A교수는 "이번에 탈락한 대학 가운데 어렵게 구성원 합의에 도달해 구조조정안을 제출한 곳들이 상당하다"면서 "과거엔 대학 설립을 남발하더니 이제는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거액의 재정사업으로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