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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딸과 아빠가 최고 '케미' 자랑하는 배낭여행 콤비된 비결

[MT서재] ‘댄싱 위드 파파’…7년간 15개 나라서 예측불허의 경험 이야기

MT서재 머니투데이 천상희 편집위원 |입력 : 2016.05.13 07:18|조회 : 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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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딸과 아빠가 최고 '케미' 자랑하는 배낭여행 콤비된 비결
“다 큰 딸과 여행을 다니는 내만큼 복 많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아빠) “아빠가 내 아빠라서 참 다행이야. 아빠, 우리 춤추듯 살자.”(딸)

다 큰 딸과 아빠의 배낭여행.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 파트너로 어색한 조합이다. 하지만 꿈만은 아빠와 딸은 꿈같은 배낭여행을 마치고 서로 이렇게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립서비스용 말의 성찬이 아니라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이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같다. 완전한 소통이 준 찬사라 가식이란 양념이 필요가 없어 그렇다. 그래서 이 찬사는 잘 곰삭은 젓갈처럼 깊은 맛이 나면서 은근한 장작불로 가마솥에 오랫동안 우려낸 사골국물마냥 순수하고 진하다.

이 세상의 젊은 아빠 중에서 딸 바보가 아닌 사람이 드물고,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 딸 또한 별로 없다. 이렇게 좋던 부녀관계도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데면데면해지는 게 보통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아빠와 딸도 보통사람의 전철을 밟았다. 아빠 옆에 늘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어린 딸은 공부에 찌든 까칠한 수험생을 거쳐 자기 세계를 가진 직장인이 되었고, 딸의 친구이자 영웅이었던 아빠는 딸보단 직장동료나 친구가 더 좋고 오랜만에 눈이라도 마주치면 “공부 좀 해”를 늘 입에 달고 다니는 '꼰대'로 변해버렸다.

딸이 나이를 먹을수록 서먹했던 두 사람은 어떻게 친해졌을까? 딸은 “우연히 함께 떠난 인도여행이 껌딱지 딸과 영웅이자 친구 아빠로 돌려놓았다”며 그것은 신이 두 사람에게 준 선물이라고 했다. 7년에 걸쳐 200여 일 동안 15개 나라, 111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다시 아빠는 딸 바보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푼수가 되었고, 딸은 부모님의 '베스트 프렌드'이기를 바라는 철부지가 되었다. 기나긴 배낭여행이 세월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두 사람의 관계를 베스트프렌드로 복원한 것이다.

어색하면서도 흥미로운 배낭여행 커플인 부녀는 어딜 가나 시선집중이다. 첫 여행지 인도에 도착해서 한식 식당에 들어가자 “아빠랑 딸이 같이 왔네” “아버지 진짜 멋있다” “우와~대박” 여기저기서 부러움이 넘치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인도를 시작으로 네팔 히말라야 중국의 차마고도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만만찮았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워낙 힘든 일정이다 보니 여행 초반 1일 1다툼은 기본이었다. 사소한 일로 다투던 이들은 대화의 시간이 늘어나자 점점 최고의 '케미'를 자랑하는 둘도 없는 여행 콤비가 된다.

딸과 아빠는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문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논쟁을 벌인다. 다른 여자는 피워도 되고 딸은 안된다는 아빠의 이중적 태도에 뿔이 난 딸은 말문을 닫는다. 인도의 사막에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던 아빠는 피던 담배를 슬며시 딸에게 건네며 화해를 시도하고 딸도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담배충돌’뿐만 아니라 이들은 여행내내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면서 그동안 닫혀있었던 마음의 문도 열고 벌어진 마음의 틈도 메워 다시 친구가 된 것이다.

“많이 다투기도 삐치기도 했지만, 아빠와 함께 떠난 배낭여행이 요즘따라 그립다. 시간 따윈 안중에도 없는 느릿느릿한 인도의 기차 안에서, 불이 들어오지 않는 히말라야 언저리 게스트하우스의 촛불 밑에서 서로의 인생관과 첫사랑에 대해…히말라야에서 아슬아슬하게 눈사태를 피했던 그날의 시간들이 모두 너무 그립다.”(169쪽)

이들은 여행을 통해 예측불허의 경험을 함께하고 일상의 결핍들을 채워나가고, 잊고 있었던 꿈을 기억해내고, 사치라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나간다. 특히 문학청년이었던 아빠는 셜록 홈스의 배경이 되는 베이커 가와 미라보 다리 등 영국과 프랑스문학의 황금기였던 시대 작품의 무대에서 선 감회, 버킷리스트를 비우고 또다시 채우는 그 간절함에 더 뭉클하게 다가온다.

“여행은 비움이다. 그 비운 자리에 그리움, 고마움, 감사함이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추억이 남는다.”(아빠의 여행일기 중)

아빠의 여행일기엔 스스로 삶의 질과 사고의 폭이 몇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특히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 다리가 떨리면 늦다”는 구절은 동년배 가장들에겐 큰 힘도 되고 ‘압력’도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일상적 삶의 공간서 벗어난 단순한 여행 이야기로만 치부하면 나무는 보되 숲은 못 본 격이다. 겉은 여행을 말하지만 속은 소소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주류를 이룬다. 특별함이 있다면 대화의 장소가 인도, 네팔 히말라야, 중국 차마고도, 영국, 프랑스 등 삶의 무대만 바뀐 것뿐이다.

세 번의 여행 동안 딸은 20대에서 30대로, 아빠는 50대에서 60대가 됐지만 이들은 아직도 뜨거운 청춘이라고 할 정도로 삶의 에너지가 넘친다. 딸 덕분에 여행에 늦바람이 나 ‘늘 어딜 갈까’ 즐거운 고민을 하는 아빠는 잃어버린 꿈을 찾은 청춘이 되었고. 딸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맨’이란 명함을 버리고 대신 앞날을 알 수 없는 위험하고 흥미진진한 삶을 선택했지만 자신감은 더욱 넘친다.

그래서 이 책의 행간에는 모든 청춘에 무한한 응원의 메시지가 숨어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필요한 것의 결핍과 포기의 과정을 겪고 있는 모든 청춘의 허한 마음을 때로는 위트있게, 때로는 일상의 쫓겨서 결핍되었던 것을 채워나가며 잊고 있었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에 대한 이야기가 좀 거창한 이상이라면 이들이 바라는 소박한 꿈은 ‘제2의 이규선·이슬기’가 많이 나타나기를 조심스럽게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이야기가 당신의 딸에게, 당신의 아버지에게 한발 다가가도록 무언가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정말 필요한 것들이 점점 결핍되어 가는 이 세상에서 말이다.”(프롤로그 중)

그래서 이 책은 “당신의 아버지, 당신의 딸 혹은 당신의 누군가와 어색하고 서툴게라도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고 싶음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는 출판사의 서평에 더욱 공감이 간다. 당장 실천은 못 해도 의기투합한 동지처럼 모험의 세계로 무소뿔처럼 돌진해 나가는 부녀가 마냥 부러운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들의 모험을 인지상정으로만 치부하면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없다.

“먼 이국땅에 자기 몸뚱이만한 배낭을 펭귄처럼 짊어진 부녀가 간다. 하나는 세월의 흐름에 밀려 나온 비자발적 백수이고, 또 하나는 좋은 직장을 과감히 때려치운 자발적 백수이다.”

“그래! 근심은 개나 물어가라 하고 유럽 구석구석을 잼나게 폼나게 돌아다녀 보자.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지 한번 알아보자.”(180쪽)

20세기의 가장 뜨거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하는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이상은 반드시 하나씩 갖자”라고 했다. 현실을 존중하되 이룰 수 없는 꿈, 그걸 놓아선 안 된다는 메시지다. 어쩌면 이 책도 현실 때문에 꿈을 놓아버린 이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댄싱 위드 파파=이규선·이슬기 지음, 성안당 펴냄, 418쪽/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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