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뒤에 숨은 애경도 수사?…檢 결과가 민사소송도 좌우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교육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임시총회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와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221명으로, 책임 업체를 옥시레킷벤키저 등 4곳으로 결론내렸지만 수사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황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자는 물론, 피해자들 배·보상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범위를 넓힐지 검토 중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3일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한치의 의혹 없이 수사해 실체적 진실관계를 밝혀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지목한 수사 확대 대상은 △애경, 이마트, GS리테일 등 다른 기업 △옥시의 영국 본사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 공무원이다.

같은 독성성분인데 CMIT, MIT는 제외?…환경부 재조사, 수사로도 이어질까

정부는 그간 살균제에 들어간 독성성분 네 가지 중 PHMG, PGH만 폐 손상 원인 물질로 인정하고 CMIT와 MIT는 제외했다. 검찰도 형사책임 대상을 추리면서 이 조사 결과를 참고했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가 재조사 방침을 세우면서 CMIT와 MIT를 넣은 제품을 판매한 애경 등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조사에 걸리는 시간과 공소시효(업무상 과실치사의 경우 7년)를 감안했을 때 애경 등을 형사처벌 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민사책임으로 돌리는 방법이 있는 만큼 관련 수사는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검찰은 현 수사일정은 그대로 진행하되 추후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수사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가장 혐의가 중한 업체로 지목된 옥시의 영국 본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옥시가 실험결과를 조작하고 불리한 자료를 폐기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본사 연루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적인 단서는 없지만 본사 개입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환경부를 비롯한 부처 공무원은 일단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책임자·피해자 늘어나면 소송도 줄 이을 듯…檢 수사결과에 달린 민사재판

검찰 수사가 본격화함에 따라 민사소송 진행은 잠시 미뤄진 상태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모두 8건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1건은 지난 1월 1심에서 패소 판결이 났다. 계류 중이던 소송 1건은 취하됐으며 1건은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진행 중인 8건 중 국가 상대는 1건이며 나머지 7건은 옥시와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제조·판매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책임자가 특정되고 이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경우 관련 민사소송도 줄을 이어 제기될 전망이다.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이 늘어나는 점도 줄소송의 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추가 피해자 발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피해자들은 오는 30일 제조·판매업체와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기로 했다. 4일 기준 참여한 피해자들은 모두 270명이며 오는 16일까지 원고를 추가로 모집하게 된다.

민사소송을 통한 배상뿐만 아니라 각 업체가 내놓은 보상책, 정치권의 '피해보상특별법' 제정 움직임에 따른 보상도 이뤄질 전망이다. 특별법은 정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준 뒤 옥시 등 업체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판결의 효력이 소송 당사자에 한정되지 않고 피해자 전체에게 미치는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불법행위에 마땅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