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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바람의 보리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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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바람의 보리피리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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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0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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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보리피리’ 권덕하(시인)

[편집자주] <font color=green>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font>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바람의 보리피리
예전 같으면 지금이 가장 곤궁할 때다. 겨우내 남겨놓았던 씨앗들을 파종하고 군것질거리조차 떨어져 애나 어른 할 것 없이 푸성귀나 뜯어 먹으며 배곯는 때이다. 아이들은 학교 오가는 중간중간에 만나는 보리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보리모가지를 만져보는 것이 일이다. 서너 명의 아이들은 주인의 눈을 피해 보리밭 가장자리에 불을 피우고 여물어가는 보리모가지들을 그을린다. 보리를 손바닥으로 비비고 후후 입으로 껍질을 불어내고 나면 말랑말랑 쫀득쫀득한 보리알이 남는다. 정신없이 한 주먹 그을려 먹은 아이들 입은 시커멓게 먹칠이 되곤 한다. 그리고는 저 푸른 보릿대를 끊어 보리피리 불며 고개 넘어 집으로 오곤 했었다.


이제는 보리밭에 아이들은 온데간데없고 예나 지금이나 바람의 맨발만 드나든다. 바람 혼자 옛 추억이 생각난 듯 불어 보는 보리피리 소리가 물결처럼 보이는 것이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바람의 보리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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