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조세도피처에 감춰진 자금 ,'7500조원'…해결 방안은?

/사진=앨피 제공

"2013년 기준 각지 조세도피처에 세계 가계 금융자산의 8%에 해당하는 5조8000억 유로(약 7500조원)가 감춰져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이 비율이 12%에 육박한다."

UC버클리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인 가브리엘 주크만은 세계 각 나라의 국제투자, 국제수지, 은행들의 대차대조표 등 모든 정보를 동원한 결과 조세도피처에 흘러간 금융자산 규모가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제불평등을 연구하는 젊은 기수로 꼽히는 주크만은 조세회피처에 세금을 제대로 매긴다면 각 나라 정부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정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세도피처가 유발하는 1차 문제로 부의 불평등을 꼽는다. 갈수록 심화하는 부의 편중 현상은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고민이 됐다. 조세도피처는 분배문제와 직결된다. 개인과 기업의 자산에 세금을 제대로 매기기만 한다면 복지와 조세 등 각종 부의 분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치적 불평등이다. 주크만은 현재 전 세계가 1789년 프랑스혁명 전야와 같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프랑스대혁명이 특권 계급의 비과세 문제로 촉발됐듯 오늘날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조세 포탈·회피 같은 조세 불평등이 세계 민주주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


주크만은 '세계금융등기부'를 해결책 중 하나로 제안했다. 전 세계 주식과 채권의 권리관계를 기록한 유가증권등기부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21세기 자산가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데 필수 조건이다. 세계금융등기부가 만들어지면 모든 자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지고 자본에 대한 과세는 갑부들의 조세포탈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 금융등기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국가 간 금융 정보 교환을 의무화해야 한다. 프랑스 은행들은 수십년 전부터 고객들이 취득한 소득과 관련, 은행이 보유하는 모든 정보를 프랑스 세무당국에 제공하고 있다. 이는 납세 신고의 사전 이행을 활성화하고 프랑스 은행을 매개로 한 조세 포탈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조세도피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 간 동맹이 절실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금융 투명성이나 새로운 법 또는 담당 공무원 확충을 주장하는 정도로는 스위스나 싱가포르의 항복을 받아낼 수 없다"며 "동맹국가들이 조세회피처에 비밀계좌가 발생하는 비용에 해당하는 관세율을 매기는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동맹국가들이 스위스산 재화에 30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조세 문제를 무역정책의 중심 문제로 재설정해 제압하자는 것.

책은 '조세도피처에 대항할 실천 반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특히 각국 지도자들을 향해 공공 부채 증가와 국가재정 악순환에 맞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행동 계획'도 제시하고 있다.

◇국가의 잃어버린 부=가브리엘 주크만. 오트르망 옮김. 앨피 펴냄.176쪽/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