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호실적에 급락한 '남자의 주식'

2011년 65만원대를 찍었다 폭락하며 많은 투자자들을 울린 OCI가 모처럼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급락했다. OCI는 2011년 상반기 대형주 강세장에서 현대제철과 더불어 주가 상승의 쌍두마차로 꼽히며 "화끈하게 올랐다 화끈하게 빠졌다"는 뜻에서 '남자의 주식'으로 불렸다.

4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9.70포인트(0.49%) 내린 1976.71에 마감했다. 기관이 490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OCI (93,700원 ▼800 -0.85%)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1만4000원(11.38%) 내린 10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충족된 가운데 주가와 폴리실리콘 가격이 고점이라는 생각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이라며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데 재료가 소진되자 낙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전일 OCI는 3분기 만에 흑자전환한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8897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738억원을 기록하며 예상을 뛰어넘었다. 당기순이익은 자회사 OCI머티리얼즈의 매각 차익 덕분에 2478억7500만원으로 1793.2% 증가했다.

일회성 이익을 감안하더라도 석유화학&카본소재의 수익성 정상화와 폴리실리콘 부문의 적자 축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것이 호실적의 이유였다.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두고 전문가들의 평은 엇갈렸다.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견해와 실적 대비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왔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월 말을 바닥으로 반등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2분기 중 18달러 이상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폴리실리콘 가격이 추가 상승하면서 실적이 개선돼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도 "올해 2분기부터 의미있는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특히 올해는 주요 경쟁사 대비 상대적인 원가 경쟁력이 더욱 강화돼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폴리실리콘 수익성을 시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핵심 제품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면서도 "하반기 폴리실리콘 가격의 약세 전환 가능성이 있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하므로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한다"고 했다.

백영찬 연구원도 "폴리실리콘 사업의 근본적인 수익성 회복은 2017년까지 어려울 전망"이라며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하면 중국 경쟁사들이 가동률을 올려 다시 공급과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OCI는 전날 실적 발표와 더불어 2010~2011년에 걸쳐 결정했던 3조4000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조설비 증설투자 계획을 최종 철회했다. 증설 철회 소식에 일각에서는 "태양광 업황이 정말로 좋아지고 있다면 계획대로 증설을 진행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며 투심을 냉각시키는 데 일조했다.

한편 OCI와 더불어 2011년 당시 '남자의 주식'으로 불렸던 현대제철 (31,450원 ▼150 -0.47%)도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6.08% 하락 마감했다. 연초 철강 업황 호조에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지만 이날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에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