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콘퍼런스]공유 경제 '높은 효율성 vs 양극화 악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공유 경제가 새로운 일상이 될 것인가'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스태이시 브라운-필팟 태스크래빗 최고경영자(CEO), 케니 디히터 휠즈업 CEO, 조쉬 바로 비즈니스 인사이더 선임 에디터, 벨린다 존슨 에어비앤비 최고법률책임자,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 대학 교수, 아티 민슨 위워크 CEO./사진=서명훈 특파원

“높은 효율성·공동체 복원 vs 질 낮은 일자리·양극화 악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렸다.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4일(현지시간) 공유 경제가 삶을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달랐다.


◇ 공유 경제 확산 ‘효율성’ 때문… 공동체 회복 효과도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택시 운전사의 경우 1마일 승객을 모시기 위해 1.5마일을 (빈차로)돌아다녀야 한다”며 “반면 우버 운전사는 0.5마일만 돌아다니면 된다”고 지적했다. 우버가 택시에 비해 더 저렴한 요금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는 “이것이 교통 혼잡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라”며 비경제적인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스크래빗의 스테이스 브라운 필팟 최고경영자(CEO)는 "5년 전만 하더라도 16살 된 딸이 낯선 사람과 한 차를 타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리프트와 우버와 같은 앱이 이런 상황을 일상으로 만들었고 공유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케니 디히터 휠즈업 CEO는 “미국내 자가용 비행기 제작이 2배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높은 효율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휠즈업은 일종의 자가용 비행기 공유 서비스다. 시간당 약 500달러에 자가용 비행기의 빈 좌석을 판매한다.


벨린다 존슨 에어비앤비 최고법률책임자 역시 자신들의 서비스로 인해 놀고 있던 부동산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에는 3360만개의 여유 침실이 있다. 이는 미국 호텔 방 숫자보다 더 많다.

공유 경제 모델이 공동체를 복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무실 공간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워크의 아티 민슨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부동산 회사가 아니다"며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주자의 절반 이상이 다른 입주자들과 비즈니스를 함께 키워나간다며 기술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제너럴 일렉트릭(GE)나 KPMG, 맥킨지 등도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워크 입주 기업들의 1인당 평균 면적이 전통적인 사무실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존슨 최고법률책임자 역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역 가정에 머물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려는 이들”이라며 단순히 값싼 숙소를 찾는 것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 공유 경제 “양극화 더 악화시킨다”
공유 경제가 오히려 양극화를 더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이애나 파렐 JP모건체이스 인스티튜트 CEO는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서비스와 노동을 사고파는 '긱이코노미'(gig economy)가 부자들에게 더 많은 부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미국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긱 이코노미를 활용해 더 많은 소득을 올렸다. 상위 20% 가운데 소득의 일정 부분을 온라인플랫폼으로 올린 사람은 163만명으로 하위 20%보다 15만명 더 많았다.

또 고소득층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택이나 자동차를 대여해 더 많은 추가 소득을 올렸다. 긱 이코노미에 참여한 고소득층 가운데 82%가 별장 공유서비스 VRBO와 공예품 판매사이트 에치(Etsy) 등을 통해 소유물을 대여하거나 파는 방법으로 소득을 올렸다.

반면 저소득 근로자들은 많은 경우 우버 운전기사로 일하거나 프리랜서 일자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태스크래빗을 통해 노동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긱 이코노미에 참여했다.

패럴 CEO는 "별장을 소유하거나 작은 규모의 온라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려면 일정 수준의 투자가 필요한데 저소득 근로자들은 이러한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공유 경제 확산 대비 새로운 직업군 만들어야
크루거 교수는 공유 경제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인 보호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캘리포니아 법원은 리프트와 우버 운전사들이 요금을 결정할 수 없지만 고용인이 아니라 독립적인 계약자라고 판결했다.

크루거 교수는 “태스커나 리프트 운전사들은 월급쟁이와 프리랜서 중간쯤”이라며 “독립 노동자로 불리는 제3의 분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팟 CEO는 “모든 직원들에게 적절한 임금을 지급하고 싶다”며 “더 많은 것을 하기를 원하지만 현행 법규와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