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 백화점서 입어보고, 온라인서 구매…아내는 진상녀?

/사진=머니투데이DB

"여보 옷 좀 입어보고 가자"
"옷 사 주려고?"
"일단 입어나 봐"


요즘 허리 사이즈가 늘어 아내에게 새 바지를 사달라고 조르는 중이었습니다. 마침 백화점에 간 김에 옷가게에 들려 바지를 골랐습니다. 입어보고 나오라는 말에 냉큼 면바지하나를 골라들고 들어갔습니다.

"잘 맞아? 좀 걸어봐"
"딱 맞아 딱. 맞춤이네 맞춤"
유부남의 애환이죠. 아내의 마음이 바뀔까 설레발을 쳤습니다.

"사장님 조금 더 보고 올게요"

역시 쇼핑이란 게임에 쉬운 미션이란 없습니다. 몇 군데 옷가게(던전)를 더 돌아야 면바지를 획득 할 수 있을지…. RPG게임에서 입수난이도 S급인 전설 아이템을 얻는 것보다 어려운 난관이 절 기다리고 있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노가다'(게임상에서 아이템을 목적으로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일)로 단련 된 진정한 게이머라면 100번도 바지를 벗었다 올릴 수 있어야죠.


그런데 웬걸. 아내님의 마음이 바뀌었나 봅니다. 아내가 유유히 주차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닙니까. 살이 더 찔게 분명하니 벌써 새 바지를 살 필요가 없다는 현명한 판단이겠죠. 스스로를 위로하며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며칠 뒤. 택배로 제가 입어 봤던 바지와 색상이 다른 바지까지 두벌이 배달됐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쇼핑몰 할인권과 적립 등을 따지면 그게 더 싸서 입어보고 산거라고 합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런데 말입니다. 전 그것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은 정당한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소비처럼 보이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피팅 공간을 무료로 대여하는 것뿐 어떠한 이익도 없으니까요. 직영점도 아니고 가맹점이라면 임대료·인건비 등을 부담하는 업주에게는 피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누리꾼들도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엇갈립니다.

"옷 입어 보는 게 뭐가 문제냐" 피팅을 허용하는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다고 말합니다. 가격을 비교해보고 더 싼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도 문제 될 것 없다고 주장합니다. 피팅하는 것이 문제라면 옷을 입어보면 무조건 구매해야 하냐고 항변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는 점도 있습니다. 아내는 백화점에 가면 4~5군데 매장에 들려 옷을 입어 보지만 옷을 사는 매장은 많아야 한 곳이니까요. 그렇다고 다른 매장에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반대 논리는 피팅 비용은 공짜가 아니라 '다른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이다'라는 입장입니다. 결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내는 비용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모든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입어만 보고 사지 않는다면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겠죠.

/사진=머니투데이DB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구입한다는 쇼핑방식은 비단 의류에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가전제품을 구매 할 때도 매장에 들러 직접 만져보고 온라인 최저가로 구입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요?

쇼핑은 단순히 물건을 사건 것이 아닙니다. '소비' 그 이상의 '가치'를 즐기는 행위입니다.

아내가 '쎈언니'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섭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두 번째로 좋은 백을 들고("이런 백은 쇼핑 할 때 막 들고 다니는거죠" 이런 느낌인가요?) 백화점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여러 매장을 돌며 옷을 입어보고 골라놨던 옷을 큰마음 먹고 구매합니다.

아내에게 쇼핑은 하나의 의식이고 백화점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놀이터 입니다. '더 싼 물건'을 사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뒤지기도 하기도 하지만 쇼핑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도 합니다.

옷을 입어만 보고 나와서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가격'의 만족감을 얻는 쇼핑일 것입니다. 또 백화점 매장에 옷을 구매하는 것 역시 조금 더 돈을 지불하고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받는 것이니 과소비라고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보고 온라인 매장에서 사는 것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