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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탈 알바'의 비애, 뒤통수 때리는 아이들 장난에…

[보니!하니!] "웃게 해줘 고맙다"는 어느 할머니 말에 감동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종효 기자 |입력 : 2016.05.12 10:12|조회 : 1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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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보니! 하니!'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만든 것으로, 보니하니는 '~알아보니 ~찾아보니 ~해보니 ~가보니 ~먹어보니' 등을 뜻합니다. 최신 유행,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 화제가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뒤 독자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온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사진=김종효 기자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온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사진=김종효 기자
'인형탈 알바'의 비애, 뒤통수 때리는 아이들 장난에…
비가 내렸다. 부푼 마음을 안고 아침 일찍부터 수도권에 위치한 아울렛 매장으로 달려왔지만 내리는 비에 속절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비가 내리는 날엔 야외행사도 취소되기 일쑤다.

기자를 비롯해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3명은 좁은 승합차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응시했다.

"글쎄요. 돈이 되니까?" 5년간 이 일을 하고 있다는 36세 일행에게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왜 하냐고 묻자 장난스럽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힘든 일이에요. 돈만 보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죠. 인형탈을 좋아하고 인형탈 너머로 만나는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당신도 해보면 알거예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비가 잦아들었다. 잠시 후 담당자가 본격적으로 행사를 시작하겠다고 알려왔다.

◇ 탈을 쓴 순간부터 나는 도둑

각자가 쓸 탈은 무작위로 정하기로 했다. 행여나 도둑 탈을 골라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을 한몸에 받게 될까 조바심이 났다. '제발, 도둑 탈만 아니길…' 긴장하며 신중하게 꾸러미를 골라 풀어 봤지만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더니 도둑 얼굴이 날 보며 비웃는 듯했다. 매장 스태프는 망연자실해 있는 기자를 대기 장소인 계단통으로 이끌었다.

"40분 동안 매장을 돌아다니고 돌아와서 20분 휴식입니다."
'실 근무시간 약 5시간에 급여 8만원'. 스태프의 말에 '쉽게 돈벌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맞닥뜨릴 고생을 예상하지 못한 채.

탈은 5~10kg에 달할 정도로 무거웠다. 하의를 착용한 순간부터 행동이 크게 제한됐다. 무릎을 구부리는 것조차 힘들어 나머지 의상은 매장 스태프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입을 수 있었다. "팔은 이쪽으로 넣어주세요"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 장갑 착용까지 도와주는 세심함에 고마움을 느꼈다.

고마움도 잠시. 탈을 완벽하게 착용한 순간부터 매장 스태프의 말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자, 이제 밖으로 나가자"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당황스러웠다. 탈 안에 들어있는 사람은 지워졌다. 탈을 쓴 순간부터 안내 스태프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에게 '도둑 아저씨'로 대우받았다.

대기장소를 나와 매장에 등장한 도둑을 보고 사람들과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경찰하고 도둑 아저씨한테 가보렴" 처음에는 조바심을 내던 아이들이 그 말을 신호로 주위를 슬그머니 둘러싸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경찰 아저씨'에게는 최소한의 경외심을 보였지만 도둑에게는 가차 없었다. 아이들은 나름의 '정의의 철퇴'를 내렸다.

뒤통수를 때리는 아이부터 발을 밟아보는 아이까지 장난의 유형은 다양했다. 특히나 문제가 된 것은 도둑이 들고 다녀야하는 돈다발이었다. 어떻게든 그것을 빼앗아보려고 수 명의 아이가 동시에 매달렸다.

이날 기온은 높지 않았지만 탈 속은 찌는 듯이 더웠다. 금세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탈 내부가 쾌적하다'고 생각했던 도둑의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됐다. 땀에 젖은 인형 탈 내부가 살갗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탈의 눈 부분에 습기가 서려 시야가 극도로 제한됐다.

돈다발을 노리는 '적'은 끊임없이 공격했고 설상가상으로 앞은 보이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투에 공황상태가 찾아오는 듯했다. 코끝에 맺힌 땀방울이 끊임없이 도둑을 괴롭혔다. 그럼에도 눈길을 끌기 위해 계속해서 과장되게 움직여야 했다. 평소 몸짓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폴짝폴짝 뛰고 있는 도둑을 보고 한 할머니가 소녀처럼 호호 웃더니 다가왔다. 할머니는 도둑의 손을 잡고 눈 속을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웃게 해줘서 고마워요. 수고하세요." 문득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일행의 말이 생각났다.

◇ 러너스 하이…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고 탈춤을 추자

육중한 몸을 이끌고 행사가 진행되는동안 1만1521걸음을 걸었다. 인형탈 아르바이트는 최대한 많은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만 한다./사진=김종효 기자
육중한 몸을 이끌고 행사가 진행되는동안 1만1521걸음을 걸었다. 인형탈 아르바이트는 최대한 많은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만 한다./사진=김종효 기자
러너스 하이. 주변의 환경자극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을 말한다. 몸은 무거웠지만 부모와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만큼 도둑의 몸짓은 격렬해졌다.

미소가 예쁜 아이는 도둑을 보고 한달음에 달려와 안아달라고 소리쳤다. 부모의 품안에 안겨 있던 갓난아기는 '꺄르르' 웃으며 도둑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매장 한복판에서 혼자 궁상맞게 춤을 췄다. 춤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지금은 도둑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고 어깨를 흔들며 고개를 저어라.' 작은 목소리로 활주로의 '탈춤'을 흥얼거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탈 내부는 습기차다 못해 질척질척했다. 그래도 도둑을 보고 웃는 사람들 앞에서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었다.

비는 완전히 그쳤고 예정된 시간도 끝났다. 탈을 벗고 대기장소에서 쉬고 있던 기자에게 일행이 말을 걸었다. "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에서 잠자고 있는 일을 직접해보니 어때요?" 짓궂은 사람도 있었지만 즐거워해주는 사람들 때문에 기자도 즐거웠다고 대답하자 그가 말을 이었다.

"가끔은 인형탈을 벗어던지고 따져보고 싶을 만큼 무례한 사람도 있어요. 아이들이 때리는 거야 아프진 않겠지만 기분 나쁜 것도 사실이에요. 인형탈의 인격과는 다른 사람이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당신도 경험했다시피 인형탈은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살거든요. 사람들이 조금 더 예의바르고 다정하게 대해줄수록 인형탈도 더욱 열심히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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