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왕, 록펠러는 살아있다!"

김세환 현대증권 해외상품부 과장/사진=현대증권

‘7공주파(7sisters)’, 과거 석유 왕 록펠러가 거느렸던 7개의 기업들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sister란 단어는 엔리코 마테이(Italian State oil Company)에 의해 1950년도에 명명되었지만, 시장에서는 ‘세븐시스터즈’로 통한다.

‘앵글로페르시안(Anglo-Persian)’, ‘걸프오일(Gulf)’, ‘스탠다드 캘리포니아(Standard Oil of California)’, ‘텍사코(Texaco)’, ‘로얄더치쉘(Royal Dutch Shell)’, ‘스탠다드 뉴저지(Standard Oil of New Jersey)’, ‘스탠다드 뉴욕(Standard Oil of New York)’ 굴지의 원유기업들로 구성된 7자매는 전세계 석유시장을 주물렀던 석유계의 왕족이다.


이들은 기술력이 없는 국가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익을 좌지우지 했으며, 미국 내 원유 점유율도 한때 88%에 달 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과시했다. 물론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세력이 분산되긴 했지만(반트러스트법), 여전히 ‘BP’, ‘쉐브론’, ‘엑손모빌’, ‘로얄더치쉘’이란 이름으로 시장의 강자로 남아 있다.

이들이 수익을 취한 방법은 냉정하고 단순한 시스템이었다. 자본 방어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 되지 않던 시대인 점을 노려, 일명 ‘트러스트(Trust)’란 방식으로 부를 축적 시켰다. 트러스트는 한 마디로 저가 가격 전략을 기반으로 갖은 수단을 동원해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흡수합병 시킨 뒤, 독점체제를 만들어 떨어진 가격을 다시 올려 수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원유시장의 시초가 록펠러 가문의 ‘트러스트’방식인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OPEC과 미국의 생산량 경쟁을 통한 가격 하락 현상에서도 그 성격을 일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WTI원유는 2014년 중반 배럴당 약 105불을 호가했지만 현재는 46불선에 머물러 있으며, 한때 30불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985년부터 약 15년 가까이 이어진 저유가 시대의 증산경쟁은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 당시 가격을 고려해 감산을 선택한 국가들은 결국 점유율이 낮아져 경제침체를 겪었으며, 사우디와 같이 지속적인 증산을 선택한 국가들은 오히려 점유율 증가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뤘다.

실제로 장기 저유가 기간 동안 사우디의 GDP는 꾸준히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늘어난 점유율을 통해 유가 상승 시 더 큰 수익을 맛볼 수 있었다. 원유바닥이 ‘버텨야 이기는 시장’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원유국가들이 과연 쉽게 생산량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까?

그럼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저유가가 당분간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다양한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원유가격은 급격히 하락했지만, 상승은 빠르지 않을 것이며, 천천히 오르는 구간 동안 변동성이 강할 것으로 보이므로 정방향 장기 분산투자와 단기 트레이딩(레버리지, 역방향)을 함께 구사해야 한다.

정방향 장기 분산투자는 미국에 상장된 원유 ETF를 통해 투자 가능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원유가격이 30~40불대에 형성되어 있으면 콘탱고 현상이 강하므로 원유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투자하는 상품은 피해야 한다. 롤오버(Rollover)비용이 과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기투자가들은 롤오버비용이 없는 원유생산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미국에 상장된 XLE(Energy Select Sector SPDR ETF)는 원유생산기업에 1배로 투자하는 ETF이고 ERX(Direxion Daily Energy Bull 3x ETF)는 원유생산기업의 수익률(Daily)에 3배로 움직이므로 레버리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트레이딩 관점에서 원유는 지속적인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현재 WTI크루드 오일은 배럴당 약 46불선에 머물러 있다. 최근 달러 약세와 미국 원유재고량 감소로 인해 3개월간 50% 넘게 상승했지만, 아직 원유 생산량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단기 약세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원유가격이 다시 40불 내지 이하로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하락 시 수익을 1~3배로 가져올 수 있는 ‘원유선물 ETF’를 통한 트레이딩도 괜찮아 보인다. DNO(United States Short oil)는 원유 가격에 반대로 움직이고, DWTI(VelocityShares 3x Inverse Crude Oil ETN)는 원유 가격의 일중수익률에 역으로 3배 움직이는 ETF이므로 트레이딩을 즐기는 투자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고려해 볼 만하다.

단, 3배짜리 ETF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손실도 3배임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