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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놈의 잡초 땜에 죽겠다고요?

[웰빙에세이] 읽고 쓰고 걷고 -1 / 꼭 하고 싶은 일만 남기기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소장 |입력 : 2016.05.1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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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놈의 잡초 땜에 죽겠다고요?

읽고 쓰고 걷고, 읽고 쓰고 걷고…. 요즘엔 이러고 산다. 주로 아침에 쓰고, 저녁에 걷고, 그밖에는 읽는다. 내 삶은 복잡하지 않다. 산골에 와서 꼭 하고 싶은 일만 남겼더니 결국은 읽고 쓰고 걷기다. 이 세 가지만 남고 나머지 일들은 떨어져 나간다. 나의 일상은 읽고 쓰고 걷는 삼박자로 돌아간다. 무시로 다른 일들이 끼어들지만 내 리듬이 있으니 변박도 즐겁다.

나에게서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간 일은 텃밭이다. 마당 한 켠에 열 평 남짓한 텃밭이 있다. 여기에 상추도 심고, 오이·고추·가지·토마토도 심고, 감자와 땅콩도 심고 기른다. 하지만 이 일은 일찍이 동생 손에 넘어갔다. "시골에서 텃밭도 가꾸고 참 좋으시겠어요?" 누군가 이렇게 물으면 나는 엉거주춤하다. 그게 참, 내가 씨 뿌리고, 물주고, 잡초 뽑으면서 가꾼 밭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텃밭 일이 싫은 건 아니다. 읽고 쓰고 걷는 게 더 좋을 뿐이다.

다음으로 떨어져 나간 일은 서울 마실이다. 한 달에 한 번쯤 가곤 했는데 갈수록 뜸해진다. 한때는 이런저런 이유와 약속을 만드는 쪽이었지만 지금은 없애는 쪽이다. 그만큼 복잡하게 엮이는 인간관계가 줄고 이해관계가 걷힌다. 대신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진다. 시나브로 조용해진다.

마당 일도 많이 줄었다. 잔디를 깔고 여기저기 나무를 심었더니 마땅히 더 심을 자리가 없다. 나무는 스스로 자란다. 꽃들은 알아서 핀다. 잡초는 대충 뽑는다. 웃자라 나에게 들킨 애들만 뽑힌다. 아래 마당 쪽 비탈은 벌써 풀과 넝쿨이 무성하게 엉겼다. 어쩌랴. 재들은 재들대로 한 철 즐기다 가겠지! 내 눈엔 이 정도면 됐다.

하지만 다른 분들 눈에는 영 아닌가 보다. 이웃집들은 확실히 다르다. 갓 이발한 듯 잔디가 가지런하고 울긋불긋 꽃들이 모여 있다. 잡초는 어디 갔나. 집주인은 오늘도 '풀과의 전쟁'에 여념이 없다. 전면적인 총력전이다. 그래서 즐거우면 좋으련만 표정은 영 아닌 듯싶다. 주인은 오늘도 잡초를 노려보며 하소연한다.

-이웃 : 저놈의 잡초 땜에 내가 죽어.
= 나 : 죽으면 안 되죠.
- 이웃 : 그러면 어떡해?
= 나 : 뽑으면 잡초도 죽고 나도 죽고, 안 뽑으면 잡초도 살고 나도 살죠.
-이웃 : …….

그러니까 나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게으르다. 손꼽히는 한량이다. 위험한 백수다. 나만 노는 게 아니라 이웃까지 물들이려 한다. 길지 않은 인생인데 잡초 따위에 몸을 놀리지 맙시다. 마음 없는 일에 마음 들볶지 맙시다. 꼭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신나게 삽시다. 더 늙기 전에 많이 놉시다. 대충 이런 얘기로 유혹을 하는데 애석하게도 효과가 없다. 아직 물든 분이 없다. 다들 너무 부지런하고, 너무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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