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로젠택배 매각…해외기업 2곳만 관심

/그래픽=김다나 디자이너

택배회사 로젠택배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인수후보 한 곳이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해외 인수후보 간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젠택배의 새주인 찾기 작업이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FI(재무적투자자)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인수 의사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젠택배 인수전은 사실상 글로벌 물류회사인 독일 DHL과 미국 UPS 간 2파전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중순 로젠택배가 잠재적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현대백화점, 쿠팡 등 여러 국내 관련기업이 관심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예비입찰에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로젠택배의 최대주주는 PEF(사모펀드) 운용사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로, 특수목적회사(SPC) 셔틀코리아홀딩스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했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는 2013년 로젠택배 지분 100%를 1600억원에 인수했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로젠택배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JP모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 3월 DHL과 UPS,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르면 이달 초 본입찰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수후보자의 실사 과정이 길어지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매각 작업이 지연되는 이유는 예상보다 인수후보자 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데다 후보자와 회사측 간 인수 가격에 대한 견해차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 택배시장이 점차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로젠택배가 앞으로도 실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로젠택배의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으로 4위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매각 측이 원하는 가격과 인수후보자가 원하는 가격에 대해 어느 정도 협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매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로젠택배가 최근까지 높은 실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택배 시장이 대기업 위주의 상위 몇 개 기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다소 매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젠택배의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 3513억원, 영업이익 257억원, 순이익 194억원이다. 전년대비 각각 33.2%, 24.4%, 18.9% 증가했다.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은 약 300억원으로, 멀티플 10배를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는 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로젠택배는 기업 대상 영업보다 단가가 2배가량 높은 개인 물류 시장에 집중하며 업계에서 손꼽히는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