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지어달라" 주민들 요청 외면 강남구, 태도 바꾼 이유

강남구 세공·자곡동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지구, 이하 세곡지구)내에 교육환경 등 생활 편의시설이 확충될 전망이다.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강남구가 기본계획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4년 만에 강남에서 야당 의원이 당선되면서 새누리당 소속 강남구청장이 민심 관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강남구 등에 따르면 오는 26일 예산보고회에서 세곡지구 주민들을 상대로 '문화체육복지시설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직접 주민들과 도서관 건립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는다.

계획안에는 △구청공공도서관 건립(1500㎡) △중학교 신설 △문화·체육시설 건립 5200㎡ △사회복지시설 1300㎡ △문화·복지시설 건립 4339㎡ 등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구는 기본적인 교육환경과 편의시설을 만들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도서관 건립과 중학교 신설 등을 놓고는 주민들과 지자체 간의 갈등이 골이 깊었다. 강남구가 재정 부족을 이유로 도서관 용지로 지정된 자곡동 4480㎡ 부지 매입을 거부하고 대신 경상남도가 그곳에 기숙사를 짓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지난 3일부터 기숙사부지로의 용도변경 주민공람을 진행했다. 주민 3000여명은 용도변경 반대 의견서를 서울시의회, 서울시, 강남구 등에 제출한 상태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 래미안강남힐즈 아파트 벽면에 도서관 부지에 경상남도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보인다. /사진제공=강남세곡공공도서관추진위원회

주민들은 용도변경 대신 기숙사 1층에 1056㎡ 규모의 도서관을 짓는다는 구의 제안에도 규모가 작아 충분한 인원수용이 어렵고 대학생 전용 도서관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강남구는 인근 부지에 1500㎡규모의 구청공공도서관을 별도로 짓겠다는 안을 기본계획안에 담았다.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희봉 강남세곡공공도서관추진위원장은 "경상남도가 매입한 도서관 부지에 도서관을 지을 수 없다면 차라리 경상남도로부터 공공기여금을 받아 인근 근린공원에 4950㎡규모의 도서관을 건립하자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라며 "구의 계획대로 작은 도서관 두 곳을 운영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구는 KTX수서역세권 지구 내 초등학교 부지를 중학교 부지로 변경해 중학교를 신설키로 했다. 현재 세곡지구 내 중학교는 한 곳에 불과해 추가 설립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SH공사는 중학교 예정부지에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갈등을 빚어왔다.

강남구는 이같은 기본계획안을 주민들과 의견을 나눈 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강남구의 태도 변화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와 연관 지어 해석했다. 세곡동이 포함된 강남구을은 전형적인 새누리당 텃밭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1.46%를 얻어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44.41%)를 7.05%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24년 만에 보수정당의 강남불패 신화가 무너졌다.

전 당선인은 "세곡동 보금자리 주택은 난개발로 입주민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세곡지구 도서관과 문화센터 건립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 이후 박원순 시장을 만나 도서관과 세곡동 문화센터 건립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등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소속 강남구청장이 민심 관리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편의시설에 대한 민원이 많아 원래부터 계획해왔던 것"이라며 "예산보고회가 총선 때문에 늦어진 것으로 선거 결과와는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