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면하는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 수수료가 문제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방윤영 기자

/사진제공=카카오페이 베타

카카오가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를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제휴 은행이 늘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가 필요없는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은행에서 카카오페이로 자금을 충전해둬야 한다. 은행과 제휴가 되지 않으면 카카오페이로 자금 충전이 불가능하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를 시작할 때 제휴한 신한은행과 제주은행, SC제일은행, 신협, KDB산업은행 외에 다른 곳으로 제휴선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5개 금융회사에 계좌가 없으면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카카오는 특히 같은 카카오뱅크 주주인 KB국민은행과도 제휴하지 못했다.

카카오가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 제휴선을 늘리지 못하는 것은 펌뱅킹 수수료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펌뱅킹이란 기업과 은행의 서버를 전용 전산망으로 연결해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때 펌뱅킹을 이용한다.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도 은행들과 펌뱅킹 제휴가 돼야 보편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은행에 있는 현금을 카카오페이 계좌로 보내놓아야 하는데 이때 펌뱅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은행에 내는 펌뱅킹 수수료는 건당 평균 400~500원인데 카카오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은행들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카카오가 제시한 금액으로는 펌뱅킹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미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와 비슷한 토스라는 간편 송금 서비스업체와 제휴해 있어 수수료까지 깎아주면서 굳이 카카오페이와 제휴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는 카카오뱅크의 서비스가 아니라 카카오의 서비스”라며 “카카오뱅크 주주라는 것과 카카오페이 펌뱅킹 수수료 협상은 별개 사안인 만큼 수수료를 깎아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펌뱅킹 수수료 협상이 금세 이뤄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다만 고객들이 모든 은행 계좌를 사용할 수 있어야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수수료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제휴 협상을 마무리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