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위반 2번하면 징역"…佛 교통사고 줄인 비결은

프랑스의 한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출발 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통해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고 있다./사진=손해보험협회

#5월 중순 프랑스 파리 시내. 승객 30여명을 태운 관광버스 기사가 차에 오르자마자 정체불명의 기기를 입에 대고 '후'하고 분다. 이 낯선 풍경은 프랑스의 모든 관광버스에 의무적으로 장착된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IID·Ignition Interlock Device)'를 통해 운전기사가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는 모습이다.

운전기사의 혈중알콜농도가 기준치(0.02%) 미만일 경우에만 차에 시동이 걸리고, 초과하면 시동조차 걸 수 없다. 통상 소주 한잔의 혈중알콜농도가 0.03%임을 감안하면 술을 한 모금만 마셔도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프랑스는 현재 이 장치를 모든 차량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70년대만 해도 프랑스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 증가로 골머리를 앓았다. 매년 1만명을 훌쩍 넘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1972년에는 한 해에만 1만8113명이 숨지며 최고치를 찍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던 프랑스 정부는 이때부터 이전에 없던 강력한 교통안전 정책으로 교통사고와 전면전에 돌입했다.

우선 앞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했고, 트럭에 속도제한장치를 부착했다. 특히 단속 및 처벌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단속구간을 늘리고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프랑스에는 현재 전국에 4000개 이상의 레이더와 카메라장치 등 자동속도감지시스템이 설치돼 있으며, 국가속도규제센터를 통해 원격으로 위반증 발부와 벌금수납 등을 실시한다.

프랑스는 교통법규위반 관련 벌금과 벌점을 꾸준히 높여 현재 속도위반의 경우, 도시부 제한속도 50㎞를 초과하면 1500유로(한화 약 200만원)를 내야 한다. 또 50㎞ 초과로 2번 이상 적발되면 3750유로(약 500만원)를 내고 3개월 징역형에 처해진다. 벌점도 각 6점이 부과된다. 프랑스는 벌점 기본 12점에서 감점돼 0점이 되면 운전면허가 박탈되고, 3년이 지나야 운전면허를 새로 딸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호·속도위반 범칙금이 평균 6만원에 불과하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3분의 1가량이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프랑스는 특히 음주운전에 민감하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혈중알콜농도 0.05%(초보운전자, 버스기사 0.02%) 이상이면 135유로(약 18만원), 0.08% 이상이면 4500유로(600만원)를 내고 징역 2년형도 함께 처분받는다. 벌점은 역시 각 6점으로 음주운전에 2회 적발되면 운전면허가 박탈된다. 한국은 혈중알콜농도 0.05%이상 0.1%미만의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크리스토퍼 하몽 프랑스 도로안전협회 이사/사진=손해보험협회

크리스토퍼 하몽 프랑스 도로안전협회 연구이사(사진)는 "1980~90년대는 음주운전자만 처벌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차를 가지고 온 사람에게 술을 판 술집주인 등도 처벌하고 있다"며 "야간업소 등에 알콜 검지기를 배치해 술 취한 사람이 술을 사러오면 측정한 후 술을 팔지 못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단속에 힘입어 프랑스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72년 이후 매년 평균 3.5%씩 감소해 2013년에는 3268명으로 75% 이상 급감했다.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1명으로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10.1명)의 절반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운전면허 벌점제를 누진제로 전환하고, 초등학교부터 평생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단속과 교육의 '투트랙' 전략으로 선회했다. 하몽 이사는 "도로안전협회가 만든 교육용 비디오를 가지고 자원봉사자들이 매년 100만명의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연중 교육 시간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프랑스의 모든 학생들이 졸업 전에 최소한 1번은 관련 교육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