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부재' CJ, 3년 공들인 中바이오 업체 인수 최종무산

이재현 CJ그룹 회장

CJ제일제당 (337,000원 ▼4,500 -1.32%)의 매출 2조원대 중국 대형 바이오기업 인수가 좌절됐다. 글로벌 아미노산 1위 기업을 목표로 인수를 위해 3년 이상 공들여왔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의 장기부재 탓에 M&A(인수합병) 실행을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연매출 2조원대 中 메이화성우 M&A 협상 결렬=CJ제일제당은 올해 초 메이화성우그룹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수협상을 벌였지만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을 종결했다고 24일 공시했다.


메이화성우는 중국 내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현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업체다. MSG·핵산 등 식품첨가제와 라이신·트립토판 등 사료첨가제를 생산한다. 2014년 원화기준 매출액 1조8000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조원을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은 2013년부터 글로벌 바이오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메이화성우 인수를 추진했다. 올해 초 MOU를 맺으면서 M&A가 급물살을 탔다.

양측은 CJ제일제당이 중국에서 가동 중인 2개 공장을 메이화성우에 넘긴 뒤, 이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신주와 기존 대주주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업계에서는 매각가격이 1조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다.


◇라이신 시장 출혈경쟁 지속…CJ "사업다각화로 위기극복"=라이신 매출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CJ제일제당은 메이화성우를 인수함으로써 라이신 시장 가격경쟁을 종식시켜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글로벌 아미노산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현재 라이신 시장은 메이화성우 등 중국업체들이 출혈졍쟁을 벌이면서 가격이 1년전에 비해 10% 이상 떨어졌다.

CJ제일제당 중국 바이오 공장 자료 사진 /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CJ제일제당은 이번 인수 실패가 아미노산 등 그린바이오 부문 사업확대전략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A 핵심이었던 라이신의 경우 2013년 60%에 달했던 매출비중이 최근 50% 이하로 떨어진 반면 고부가가치 아미노산 원료인 L-메치오닌, 트립토판 등으로 일찌감치 사업다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바이오부문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로 충분한 경쟁력을 쌓은 만큼 이번 M&A 실패에 따른 부작용은 크지 않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그린바이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재현 CJ회장 부재 탓, 과감한 의사결정 못해"=업계 일각에서는 M&A 실패를 이 회장 장기 부재와 연관지었다. 미래성장동력과 관련된 M&A인 만큼 고도의 경영판단이 필요한데 그룹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CJ그룹은 메이화성우 인수 외에도 지난해 △2조원 규모 싱가포르 물류업체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을 비롯해 △티켓몬스터 △대우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코웨이 등의 인수를 검토하다가 발을 뺐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미래를 좌우하는 조단위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수"라며 "CJ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M&A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무래도 공격적인 베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