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감사결과는 교육부 입장 반복에 불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사진=뉴스1

진보 성향의 시·도교육감 13명이 교육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미복귀 전임자에 대한 직권면직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교육부는 법외노조 판정이 내려진 뒤에도 학교로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를 징계하지 않으면 교육감들을 고발하겠다고 한 상태다.

같은 날 감사원은 전국 시·도교육청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 교육감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처럼 정부와 교육감들이 번번이 대치 중인 가운데 장휘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광주시교육감)은 "본인 역시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서 후배들을 내 손으로 직위해제해야 하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발표에 대해서는 "교육부 주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내놨다. 다음은 머니투데이가 용산역에서 진행한 장 회장과의 일문일답.

-교육청들이 징계를 멈추면 해직을 막을 수 있다.
▶협의회 차원에서 성명서를 내거나 행동을 할 때는 항상 법률 자문을 한다. 이번에도 자문을 받았는데 미복귀 교사를 징계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교육감들이 직무유기로 직을 박탈당할 우려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 역시 해직됐던 아픔을 경험했는데 후배들을 내 손으로 쳐내야 하는 상황이 힘들다. 차라리 내가 교육감 직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이것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우려가 있어 교육부에 해임절차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제와서 정부 조치에 항거하는 것은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나름대로는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소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교육부에 직권면직에 대해 재고해줄 것, 징계 시점을 대법원 판결 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간곡하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교육감들은 앞으로도 전교조의 지위를 인정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협력하겠다.


-이번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교육감들도 4명이나 있다.
▶이렇게 민감한 사안이 아닐 때는 자주 뜻을 모은다. 울산·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14곳의 교육감은 진보적 가치관을 지향하기 때문에 같이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대전교육감까지 총 4명이 빠졌다. 대전의 경우 일찍 직권면직 처분이 이뤄졌기 때문에 대전교육감이 성명 동참에 거절의사를 밝혔다.

-감사원의 누리과정 감사 내용에 대한 분석은.
▶자세히 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감사원과 교육감 사이에 시각 차가 있다는 것, 감사원이 교육부와 입장을 같이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광주의 경우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학교 개축비용 200억원 중 절반 가량을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쓰라는 지적을 들었는데, 이마저도 전체 예산의 일부밖에 충당하지 못한다.

-누리과정 관련해서 정치권과의 물밑접촉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정부 여당과 비공개 면담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답이 없었다.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기 때는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참석한 비공식 면담을 두 번 가졌고 이영 교육부 차관과도 비공개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여당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만나 틈틈이 우리 사정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도 만났다. 특히 박지원 대표는 광주에 자주오시기 때문에 3번이나 만났다. 박 대표가 말하길 "유일호 기재부 장관에게 6월초까지 누리과정 관련 정부의 해결방안을 내놓아달라"고 요청했으니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역사교과서 대안교과서도 개발중이다.
▶현재 집필진을 공개했으며 집필기준도 다 정했다. 집필기준은 원하면 공개하겠다. 우리는 우리 역사에 있어서 근현대사의 비중을 가능한 한 늘리려고 한다.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가, 동학 농민항쟁 등 독립적인 역사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 해방 이후에 민주화운동이나 통일 논의과정 부분도 늘리는 쪽으로 합의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직을 다음달에 내려놓는다.
▶과거엔 많은 사람들이 시도교육감협의회를 과거에는 '친목회' 수준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협의회는 엄연한 법률기구다. 교육감들이 각 지역만 책임지기보단 교육전반의 발전과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더 노력해야 한다. 지난 2년동안 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뜻을 모으고 국민들에게 상황을 알렸고 이는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큰 이슈에 묻혀 대학입시 정책 등 보다 근본적인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